삼성라이온즈가 올 시즌에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줄여서 '라팍')에서 홈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할 수 있을 지 '양념 반 후라이드 반'(6월29일자 온라인 기사 참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 공사비 1,660억원(국비 210억원+시비 956억원+삼성그룹 500억원)을 들여 2만 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팔각형 새 야구장을 지었지만 5년째 가을야구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허름한 초가집 시절(대구시민야구장)에는 해마다 코리안시리즈를 안방(홈)에서 보는 것을 당연시 했지만, 화려한 구중궁궐(라팍)을 지은 후에는 매년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염소의 저주'(※아래 참조)처럼 새 야구장을 짓고도 구단 전력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매 시즌 하위권에 맴도는 '라팍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5년 동안 홈 경기 승률도 좋지 않다. 총전적도 승수보다 패배가 많다. 139승 156패. ▷2016년 31승 35패 ▷2017년 24승 40패 ▷2018년 29승 34패 ▷2019년 34승 32패 ▷2020년 현재 21승 15패.
'라팍의 저주'라는 불미스런 말은 연고지인 대구시민과 홈 팬들의 실망에서 비롯됐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였던 삼성 구단을 제일기획 관리 하에 귀속시켰다. 국비와 시비가 포함돼 건설된 새 야구장도 팬 서비스보다 삼성의 기업영리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당시 구단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이지영, 차우찬, 배영수 등)마저 타 구단에 팔아넘겼다. 또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5연속 우승과 4번의 통합우승을 이끈 '야통'(야구 대통령) 류중일 전 감독(현 LG 감독)과도 계약을 끝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한수 감독은 '김한숨', '김한심' 등의 조롱을 받으며 '비운의 감독'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뤄지고 있는 올 시즌엔 새 사령탑을 맡은 허삼영 감독이 새 희망을 쓰고 있다. 144경기 중 66경기를 치른 가운데 34승32패로 리그 6위에 랭크돼 있다. '잠깐'이지만 4위까지 오른 적도 있다. 허 감독은 거포 부재 및 스타급 선수도 없이 '플래툰 시스템'(최근에 잘 하고 컨디션은 좋은 선수를 기용)으로 매 경기마다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퓨처스 매직'(2군 선수들의 도약의 발판)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2군에서 활약이 뛰어난 선수들이 1군으로 올라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퓨처스리그는 도약의 발판' 7월21일자 매일신문 김우정 기자)

올 시즌 팀의 투타 조화가 살아난 점도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를 푸불리게 하고 있다. 특히 '끝판대장' 오승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친정 팀으로 복귀하면서, 막강 불펜(최지광-우규민-오승환) 라인을 구축하게 되었다. '찬스' 때마다 발빠른 타자들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올 시즌 달라진 득점 패턴이다. 66경기를 소화한 현재 팀 방어율을 4.44로 기아에 이어 기아(4.26)-NC(4.44) 다음으로 좋다. 팀 타율은 0.274로 리그 7위에 랭크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홈런-타점-득점-안타 등이 고르며, 팀 도루는 63개로 전체 1위다.
'명불허전', '썩어도 준치'라고 믿고 있는 삼성의 골수 팬들은 새 사령탑의 시험대에 오른 허삼영 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객관적 투타 전력에 비해 짜임새 있는 야구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 삼성의 극성 팬들은 "야구명가 삼성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며 "'라팍의 저주가 웬 말이냐' 등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는 삼성이 '야도'(野道) 대구의 기를 살려줘야 때"라고 입을 모았다.
※〈용어설명〉 '염소의 저주'
미국 프로야구 팀 시카고 컵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던 팬의 입장을 저지한 이후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데서 유래됐으며,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저주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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