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탈북해서 한국으로 왔던 김모(24) 씨가 지난 18일경 강화도 월곳리의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다고 한다. 김 씨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다시 북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배수로에는 철창과 철조망이 있었고 CCTV를 포함한 군의 전자경계망이 있었지만 이를 모두 뚫고 넘어갔다. 철창과 철조망은 원래 벌어져 있었는데 김 씨의 몸이 왜소해서 조금만 더 벌리면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군의 CCTV에는 김 씨의 모습이 찍혔지만 왜 그 당시에 이를 알지 못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근무 기강이 상당히 해이해져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설사 그 당시에 이를 확인했더라도 김 씨를 붙잡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씨는 북에서 올 때도 강화도 인근의 바다를 통해 탈북했을 정도로 물에 익숙한 사람이다. 한밤중에 군인들이 출동 준비를 하고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강화도와 북한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다 보니 강이나 바다를 자유롭게 수색할 수 없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나는 1991년 강화도의 서쪽 해안 중간쯤에 있는 양도면 건평리 해안에서 북한에서 보낸 반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했다가 2주 후 제주도 서귀포를 통해 돌아왔다. 나중에 공안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 장소는 나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북한을 오가는 데 이용했다고 한다. 이 장소 외에도 북한의 공작 조직이 이용한 출입 장소가 몇 곳이 더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군 감시망의 허술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경계망을 미리 치밀하게 조사해서 가장 허술한 곳을 찾아 침투하거나 탈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은 1998년 여수 앞바다에서 북한의 공작선(반잠수정)이 우리 해군에 의해 격침된 이후 지난 22년 동안 북한 공작선이 적발된 사례가 없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이 몰래 보내고 있는데 파악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공작선을 보내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반면 큰 효용가치가 없는 일이다. 간첩을 파견할 필요가 있더라도 탈북자나 중국 교포로 위장해서 파견하는 것이 위험 부담도 적고 한국에서 합법 신분을 획득해서 활동하는 데도 더 편하다. 북한 공작선이 들어오는 사례가 없다 보니 군의 경계망이 더 느슨해진 면이 있고, 최근의 군 장병 관리가 과거에 비해 느슨해진 면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군은 경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고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치밀하게 잘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도 김 씨가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다른 탈북자의 신고를 묵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문제도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북한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권 수준이 세계 최악이며 폭압적인 나라다. 그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을 대부분의 한국인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TV에는 북한 사회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고 신문이나 잡지에도 북한 사회의 실상에 관한 구체적인 기사들이 자주 나오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도 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매년 나온다.
2012~2017년 동안 탈북자 중 재입북한 사람이 28명이라고 한다. 평균 매년 5명 가까운 사람이 북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북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만나러 잠깐 갔다가 억류되는 경우도 있고 가족에 대한 협박이나 회유 때문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돌아가는 사람도 꽤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일부는 충동적으로 혹은 견디다 못해 다시 북으로 돌아간다. 이번 김 씨처럼 범법 행위를 하고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탈북자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착 지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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