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⑮ 나를 찾는 시간, 내일학교

"1959년생, 나는 중3입니다"

전국 유일, 교육청이 운영하며 초·중학력을 인정하는 대구 내일학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전국 유일, 교육청이 운영하며 초·중학력을 인정하는 대구 내일학교.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지난 4일 대구 제일중학교 내일관.

내일학교 중3 김현희(62) 학생이

거리두기로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6개월 만의 등교, 숙제도 참 이쁘게 했습니다.

'Let's, 엘 이 티 에스'

'Review, 알 이 브이 아이 이 더블유'

'렛츠 리뷰 : 복습'

머리를 짜내 알파벳 마다 음을 달았습니다.

까마득 했었는데 조금씩 말문이 트입니다.

이런 재미를 여태 몰랐을까요.

못본 척 지나쳤던 동네 영어 간판도

슬슬 말을 걸어옵니다.

국민(초등)학교를 마치자 부모님 일손으로,

도시로 유학온 동생 뒷바라지로...

그때, 누이들의 청춘은 다 그렇게 흘렀습니다.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서야 용기를 냈습니다.

응어리를 알아챈 남편도 내편이 돼 주었습니다.

"학생이 책 내팽개치고... 공부는 언제 할라카노"

속 모르는 핀잔도 싫지 않습니다.

다음 달이면 졸업.

흰머리가 수북한데 웬 가슴이 또 뜁니다.

내 생에는 정말 없는 줄 알았습니다.

여고 동창생.

더 잘해서 대학도 욕심 내 볼 작정입니다.

전국 유일, 교육청이 운영하며

초·중 학력을 인정하는 대구 내일학교.

재학생은 334명. 서른 셋부터 여든 일곱까지

평균 나이는 '6학년 7반'입니다.

벌써 1천342명이 늦은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대구에만 27만명이 교문 밖을 서성입니다.

부모를, 가족을,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배움의 시간, 청춘을 내 줬던 분들입니다.

이제는 나를 찾는 시간.

열공하는 어머님·아버님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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