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귀여운 모습의 우박이(5개월. 포메라니언,1.7㎏)가 내원하였다.
낯선 진료실에서의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달려와서는 콧등을 핥아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쾌활한 성격만큼이나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보호자는 "우박이가 어제 밤 우다다하며 뛰다가 갑자기 쿵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했고 "이후 왼쪽 뒷다리를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아침에는 밥도 잘 먹었고 활달한 편이지만, 왼쪽 뒷다리를 바깥 쪽으로 살짝 내밀며 디디는 것 같고,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며 안스러워 했다.

우박이 보호자의 관찰은 섬세했고 좌측 다리의 불편함을 정확하게 감지했다. 우박이처럼 성격이 밝은 어린 강아지는 통증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걷는 모습으로 불편함을 감지하기는 오랜 경력의 훈련사들도 쉽지 않다. 이 경우 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걷는 모습을 낮은 눈높이로 관찰해보면 보행의 이상을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발의 발바닥 패드를 지면에 충분히 밀착시키지 못하거나 바깥쪽으로 발을 내밀고 디디는 경향이 관찰된다면 그 다리는 통증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벼운 불편함이더라도 뒷다리의 불편함을 3일 이상 호소한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는 신경계 검사를 통해 다양한 자세에서의 운동 반응들을 관찰하며 통증 부위를 찾아낸다. X-ray(엑스레이) 검사는 탈구와 골절, 근육과 인대의 손상을 진단할 수 있다.
우박이는 신경계검사와 X-ray검사를 통해 양측성 슬개골 탈구가 진행 단계임을 확인했다. 특히 오른쪽 뒷다리에 비해 왼쪽 뒷다리의 무릎 관절의 변형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어제밤 우박이는 달리다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과정에서 무릎뼈가 안쪽으로 심하게 탈구되며 관절낭 주변 인대에 통증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호자에게 현재의 왼쪽 뒷다리의 무릎 통증은 약물 처방 없이도 좋아질 것이라 말씀드렸다. 하지만 우박이가 성장하면서 우박이의 대퇴골(윗다리뼈)과 경골(아랫다리뼈)의 변형이 심해지면서 슬개골 탈구가 악화될 여지가 높음을 설명드려야 했다.
소형견의 슬개골 탈구는 선천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 체형을 소형화시키려 혈통을 단기간에 개량하려던 탓에 슬개골 탈구와 고관절형성부전증이 다발한다. 작은 티컵사이즈의 반려견을 입양하지도 번식시키지도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박이 보호자는 우박이가 슬개골 탈구 소인을 가졌다면 진행 초기에 수술적인 교정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질문했다. 하지만 1년 미만의 성장기 강아지가 관절 수술을 받게되면 뼈의 정상적인 발육이 방해될 수 있다. 특히 성장기 편측 다리에 수술이 이루어 질 경우 두 다리의 길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관절 수술은 뼈가 단단하게 골화되고 성장이 완료되는 2살령 이후에 수술을 권장드린다.
하지만 성장기 골변형이 심하여 통증으로 인해 보행이 곤란해지는 경우에는 성장기에도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개가 성장 후 교정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사전에 공지해드린다. 사람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소아마비처럼 심한 골변형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성장기 부터 단계적으로 교정 수술을 해주는 이치와 비슷하다.
우박이 보호자에게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관리를 당부했다. 첫째, 5개월령, 현재 체중이 1.7㎏인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체중의 과도한 증가는 성장기 다리뼈의 변형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드렸다. 슬개골의 탈구 소인이 있는 소형견일수록 체중을 가볍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빠른 걸음의 산책운동은 권장하되, 반복적인 점프와 흥분상태에서의 방향전환은 자제시켜야 한다. 슬개골 탈구가 심해질 수록 십자인대 손상이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셋째, 실내 바닥재는 애견용 미끄럼 방지용 매트를 추천했다. 푹신한 재질은 오히려 해가 된다. 발바닥 패드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바닥 털이 길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 관절이 염려되어 칼슘영양제와 관절영양제를 자주 주는 것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슬개골 탈구는 영양부족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오히려 과영양화와 급속한 성장, 체중 증가가 골변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므로 과잉 영양 공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꼭 먹이고 싶다면 체중을 고려하여 최소량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노령견의 뒷다리 불편함도 눈높이를 낮추어 개의 뒷모습을 관찰하면 보다 쉽게 확인된다. 뒷다리의 불편함이 관찰되는 즉시 곧바로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아픈 다리도 염려되지만 현재 체중을 버티고 있는 다리가 급속히 관절염이 악화되거나, 갑작스럽게 십자인대가 곧잘 파열되기 때문이다. 주인의 애정이 깊을 수 록 반려견을 대하는 보호자의 눈높이가 낮아져야 하는 이유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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