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 "친일파 대변"-야 "국민 이간질"…또 과거사 싸움

김원웅 기념사 공방…통합 "좌파의 친일몰이" 김 회장 사퇴 촉구
이낙연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어"
與 "친일파가 오히려 훈장 받고 떵떵" 공식 대응은 자제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를 계기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진영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이 매국 행위"라며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을 향해 "친일파들의 대변자"라고 맞서며 날을 세웠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밝혔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음악인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며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며 국립현충원 '친일파 파묘' 법안 통과도 주장했다.

이에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17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회장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태어났으면 안 될 나라"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필요했다"며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통합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서도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했다"며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이 바로 매국 행위"라고 일갈했다.

하태경 의원도 "일본과 수교까지 거부했던 이승만을 친일부역자로 몰았다. 김구를 포함한 독립운동 선열이 불렀던 애국가를 친일 노래로 매도했다"고 꼬집었다.

여야를 오간 김 회장의 정치 이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회장이 민주공화당과 민주정의당 당료 출신임을 거론하면서 "친일 잣대만으로 이승만을 비난하고 안익태를 민족반역자로 저주한다면, 김원웅은 독재 잣대만으로 부역자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원웅 씨의 도발적 발언은 정치적"이라며 "지지율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도청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현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김 회장의 기념사가 너무 심하다"면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나라로 가려면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제주시의 광복절 경축식에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라며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은 자제했으나, 개인 차원에서 '친일 청산' 목소리를 키웠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유기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 당연한 말에 대한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고 쏘아붙였다.

김부겸 당 대표 후보는 "너무 이른 논의"라며 "국민 통합 관점에서 조금 더 고려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한편 김원웅 회장은 17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자신을 비판한 통합당을 향해 "스스로 친일비호세력이라는 것을 인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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