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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대구는 ‘단편영화제’ 개최 도시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대구에는 전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쟁 단편영화제인 '대구단편영화제'가 있다. 199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1회를 맞았다. 국내 경쟁 부문에 역대 최다 편수인 905편과 대구에서 제작된 25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영화제 개최가 쉽지 않았다. 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연달아 취소되거나 온라인 개최로 전환했다.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를 보이는 지금, 대구단편영화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소소하게 누리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된 현재 상황은 영화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 자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영화는 근대 과학기술의 발명품이었고, 19세기 과학기술의 총화였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빛과 어둠의 마술을 통해 현실의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다른 한편, 영화의 발명은 19세기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봉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생산 체제가 확립되자 자유로운 임금 노동자들이 도시의 대중을 형성한다. 영화는 도시 대중을 위한 시각적 구경거리와 오락거리를 제공했다.

영화의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이었다. 그가 1894년에 발명한 '키네토스코프'는 작은 구멍을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구경할 수 있는 요지경 기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의 아버지'라는 칭호는 에디슨이 아닌 '뤼미에르'에게 돌아간다. 이유는 에디슨이 만든 기계는 1인용 관람 장치로 개인 감상이 목적이었지만, 뤼미에르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는 대중적 상영이 가능한 기계 장치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영화는 자신의 탄생을 정확히 알고 있는 유일한 예술이 된다. 뤼미에르는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1프랑을 받고 33명의 대중에게 영화를 상영했고, 이날이 영화의 생일로 기념된다. 영화는 탄생에서부터 대중과 함께 볼 수 있는 기계와 이를 위한 시설, 즉 극장이 영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였다.

대구단편영화제는 20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달은 그 어느 해보다 대구단편영화제가 고유의 가치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치열한 고민과 논의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대면 영화제는 축소되고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게스트 초청은 취소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영화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 깊어진다. 125년 동안, 영화는 대중이 함께 보는 행위로서의 '시네마'였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는 에디슨의 개인 영화 관람 개념을 새롭게 부활시키고 있다. 영화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분명 새로운 판도가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대구단편영화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편될 영화계에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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