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21일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이 일손을 놓은 것은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때 넉 달 동안 파업한 이래 20년 만의 사태다. 대한의사협회가 26~28일 사흘간 전국 의사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했고,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도 의사국가고시 거부 및 동맹 휴학을 결의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의료계의 '실력 행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료인들이라고 해서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정부 정책에 잘못이 있고 국가 미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신념이 든다면 이를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지금은 의료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자리가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19 감염병 2차 대유행 위기 국면이다. 지난 3월 신천지교회 신도 집단 감염 사태 때보다 방역 조건이 오히려 더 나쁘다. 자칫하다간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돌입해야 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인데 의료진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방역 당국·의료계·국민 삼각공조로 형성된 방역 체계의 한 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의료계는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실 및 필수 의료 인력을 제외하겠다고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은 불보 듯 뻔하다.
의료인들이 욕을 얻어먹을 각오까지 해가면서 거리로 나서는 사태를 부른 데에는 일차적으로 현 정부 잘못이 크다. 이번에도 조급증과 안일함이 엿보인다. 지난달 지역 감염이 주춤하다 싶으니까 정부는 4대 의료정책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은 의료계가 줄기차게 반대해온 사안들인데, 굳이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인 이 시기에 강행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늘 그렇듯 이 정부엔 깊은 고민도, 철학도 안 보인다. 성급히 밀어붙였다가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한다.
국민 건강과 생명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막지 못하면 경제도 무너진다.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가 한가롭게 '치킨게임'을 할 상황이 아니다. 정부도, 의료계도 일단 멈추고 대화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 앞에 정부와 의료계는 이인삼각 공조를 발휘해 코로나19 사태부터 진정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료 정책 추진 논의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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