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보다 무서운 건 '코로나 확진자'라는 낙인입니다. 완치자 혈장기증이 더딘 이유도 완치 사실을 드러내기 조심스러운 분위기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병억(54)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최근 들어 전국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게 안타깝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3월 말, 양성 판정을 받고 극복해낸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들은 코로나19 극복기의 키워드는 '선입견 제거'였다.
안 교수는 감염 경로가 명확한 편에 속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아내가 양성판정을 받자 자가격리에 들어갔었다고 했다. 자가격리 직전 검사에서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자가격리는 엄격했다. 평소 학교 앞 금호강변을 매일 1만 보 이상 걸어다니는 등 건강에 신경썼던 그였기에 속절없이 갇혀 지내는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먼저 양성판정을 받은 아내에 대한 걱정, 기분전환 겸 산책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황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자가격리 기간 막바지에 잔기침과 고열감이 계속 느껴졌다. 재검사를 받았다. 자가격리 해제를 나흘 앞두고 받은 확진판정. 곧장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안동의료원에서 퇴원하기까지 열흘 동안 치료를 받았다. 평균 3주 정도 치료받는데 비교적 빨리 완치된 편이었다.
평소 잔병치레나 지병이 없었던 그였기에 치료기간 동안 힘든 점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선입견'이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는 데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진들이 신경을 써주니 완치되지 못할 거란 걱정은 없었다. 다만 낙인 효과가 가장 걱정"이라며 "완치 후 친한 지인들을 만나서 완치 사실을 언급했더니 눈빛이 변하며 '우리도 위험한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를 하더라. 아직도 선입견이 많이 남아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달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6차 국민인식조사'를 한 결과, '확진될 경우 그 이유로 비난받을 것이 두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8.1%로 나타났다.
확진자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그는 파티마병원에서 혈장기증을 했다. 처음에는 확진과 완치 사실을 공개한다는 게 고민이 됐지만, 다른 완치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낸 것이었다.
그는 "완치자가 1만4천명이 넘는데도 혈장기증자는 수백 명에 불과한 건 '완치'사실을 드러내기 꺼리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안 교수는 확진자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병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확진자를 바라보는 시선 탓에 자기 원망을 하게 되는데 그런 마음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낮은 병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전화 통화라도 꾸준히 해서 차분한 마음을 가진다면 완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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