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제집 한 권 주고 원격수업 기간 중에 풀라니"… 장애학생 원격수업 '부실'

"지난 1학기도 그렇더니 2학기에도"…학부모들 한숨

초교 2학년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이 이번 원격수업 학습꾸러미로 받은 학습교재. 이 아동의 학부모는
초교 2학년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이 이번 원격수업 학습꾸러미로 받은 학습교재. 이 아동의 학부모는 "아이가 한글을 읽더라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달랑 문제집 한 권을 받아 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독자 제공

장애 학생 대상의 부실한 원격수업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원격수업인 온라인 학습방만으로는 장애 학생들이 수업을 소화하기 벅차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구지역 특수학교 9개교 가운데 7개교가 격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초·중·고 297개교는 70% 이상이 격일·격주로 특수학급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원격수업을 또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수업은 학교 온라인 학습방 등에 올라온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습지나 교재교구 등 학습꾸러미도 함께 배부된다. 학생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받아야 한다.

지적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 A(50) 씨는 "온라인 수업 자료에 선생님은 등장하지 않고 파워포인트로만 수업 자료가 구성돼 있다"며 "아이 옆에서 설명해야 하다 보니 일을 나가지 않는 주말에 몰아서 일주일치 수업을 들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 B(48) 씨도 "이번 원격수업 학습지로 '한글 12주' 문제집 1권이 배부됐다"며 "한글을 읽더라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비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듯이 마냥 앉아서 문제집을 풀며 한글을 배우기는 어렵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장애 학생 원격수업에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장애 정도에 따라 학습 능력이 현격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 어떤 방향으로 일괄적인 기준이나 지침을 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원격수업 관련 특수교육 관련 교육 콘텐츠가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계속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은애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회장은 "각 학교에 개별적으로 맡겨두지 말고 교육청에서 선택지를 줘서 장애 정도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