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사실상 확정되는 새 일본 총리 자리를 노리는 후보 3명의 구체적인 색깔이 드러났다.
지난 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먼저 출마 의향을 밝힌 데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2일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 외에는 출마하겠다는 후보가 없어 오는 8일 고시 후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거쳐 14일 자민당 양원 총회에서 진행될 새 총재 선거는 3파전 구도로 확정됐다.
자민당 내의 7개 파벌 가운데 5곳(264명)과 무당파 지지층(30여명)을 포함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현직 국회의원(중·참의원 394명)의 70% 이상이 이미 스가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1강 2약' 구도로 굳어진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한 후보는 지난달 28일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어 오는 16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지명 선출된다.
일본의 대권을 두고 다투는 세 후보는 각각 출마의 변을 통해 7년 8개월간 이어졌던 기존 아베 내각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 구상을 밝혔다.
도쿄신문은 이를 총괄해 각 후보를 규정하는 키워드로 계승(스가 ), 전환(기시다), 차별화(이시바)를 꼽았다.
◇ 계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스가
스가 후보가 밝힌 출마의 변은 "아베 총재가 전신전령(全身全靈·몸과 마음 전부)을 쏟아 추진해 온 대책을 계승하고 더욱 앞으로 나가기 위해 가진 힘을 다 쏟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차기 총리가 됐을 때 아베 내각의 연장선이 될지를 묻는 말에 전면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경제활동과 감염확산 방지를 양립시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계승해 한층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사임 발표 직전에 화두를 던져 놓은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제안한 자민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비원(悲願)이라며 추진해 온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선 "계속 도전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 비리 스캔들인 '모리토모·가케' 문제에는 검찰 수사 등으로 이미 결론났다며 재조사를 통해 다시 들춰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생각과 같다고 언급했다.
◇ '방향전환' 강조하는 기시다 & '차별화' 부각하는 이시바
국회 내에서는 자신이 이끄는 파벌(기시다파·47명)의 지지만 받고 일반 당원의 지지층도 약하다는 평을 듣는 기시다 후보가 내놓은 출마의 변은 '분단(分斷)에서 협조(協調)로…'다.
이 캐치프레이즈에는 아베 정권이 추진해온 정책이 사회 분열을 야기했다고 비판하는 시각이 녹아 있다.
기시다 후보는 우선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큰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중산층과 지방에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배 정책을 재고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장전략을 펴겠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아베노믹스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대중적인 인기가 많지만 당내 지지 기반은 가장 취약한 이시바 후보가 내세운 출마의 변은 '납득과 공감'이다.
아베 정권이 국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안보정책 등의 변경을 추진하고 각종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이시바 후보가 새 총리를 맡게 된다면 아베 정권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일본의 노선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방위상 출신인 이시바 후보는 아베 총리가 던져놓은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문제에 대해 "논리의 비약"으로 규정하고 군사적으로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개헌과 관련해선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9조2항을 삭제한다'는 2012년 자민당 개헌 초안이 유일한 안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는 기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한 아베 총리보다도 한층 극우 보수적 관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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