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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꾼 잡겠다며 ‘부동산 감독 기구’ 설립 강행하는 정부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불법 및 시장 교란 행위를 적발해 처벌하는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연내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초에 '부동산감독원'이라는 독립 기구를 만들려다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려 든다는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 내에 조직을 두는 것으로 외형을 축소했다. 하지만 명칭에서 '감독'이라는 단어만 뺐을 뿐 하는 일은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투기꾼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부동산 빅 브러더'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가 구상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개인 금융·과세 정보 조회 권한을 지니며 금융회사에 계좌 정보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술 더 떠서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통신 조회 등 경찰과 같은 권한까지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견줄 만한 힘을 갖춘 '부동산 경찰'이 생겨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단속을 핑계로 국민의 금융 계좌 및 거래 내역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투기 거래와 불·탈법 증여 의심 거래 등을 적발함으로써 시장 교란 행위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민을 감독하는 기구가 아니라 불법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기구라고도 했다. 말장난일 뿐이다. 감시·감독하지 않고서 어떻게 단속하고 처벌한단 말인가. 혈세까지 들여가며 부동산 감시 기구를 만들어 국민 계좌에 의심의 돋보기를 들이대겠다는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이 정권은 국민 개인 자유와 재산권 등에 대한 규제와 침해를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기 의심 거래라고 판단하는 데 있어 공무원들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시장 안정이 이뤄질 것인가 하는 의문 역시 여전하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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