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뚫린 수직 감옥이 있다. 각 레벨에는 2명의 죄수가 수용돼 있다. 하루 한 번 내려오는 식판 위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먹어야 살 수 있다. 음식은 아래층을 배려해 조금씩 절제하면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기심이 문제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아귀 다툼이 벌어지고 식판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문제는 죄수들이 30일마다 다른 레벨에 무작위로 재배치된다는 점이다. 다음엔 어느 레벨에서 깨어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공존을 꾀하면 아래층에 배치되더라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층 죄수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고, 먹고 나서 음식에 오물을 뿌리는 야만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래층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고 인육을 먹는 참상마저 빚어진다.
'더 플랫폼'(2020)이라는 스페인 영화의 줄거리이다.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수직 버전이라 할 만한데 수직 감옥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갇힌 죄수들의 뒤틀린 행동을 통해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회심리학 용어인 '죄수의 딜레마'를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잘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적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는 굶을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집단적 기근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식에 욕심을 낸다. 많이 먹는 것을 넘어서 남이 많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마저도 오락으로 삼는다. '먹는 방송'의 약자인 '먹방'의 알파벳 단어 'mukbang'은 외국에서도 통용될 정도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처럼 고기와 야채를 먹으면 30년 후에는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붉은 고기 소비량은 80g으로 적정량(28g)의 3배에 육박한다. 세계인들이 미국·브라질 사람들처럼 먹어대면 2050년 지구가 각각 5.6개, 5.2개가 필요하다고 하니 인류의 식탐이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인간의 식탐에 대해 지구가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에서도 식탐(Gula)은 7대 죄악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 과식 습관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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