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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우울할 때 화장실을 청소한다 -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사람들은 저마다 '결핍'을 가지고 산다. 개인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도 있고, 국가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것도 있다. 특히 개인적 결핍은 종종 '우울증'의 단계로 나타난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사회 변화에 대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고, 모든 것이 쓸모없다는 화병으로 변화된다. 또 아무도 자기 존재를 인정하고 않고, 소리 없이 자기 주위를 떠난다는 슬픔, 더 이상 자기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절망감으로 표출된다. 한마디로 '존재의 결핍'에 대한 '존재의 무반응' 상태다.

사실 우리는 다들 많이 지쳐있다.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우울증은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인간은 신이 준 자유의지를 오판하여 스스로 자살을 극단적으로 선택한다. 어느 누구도 OECD 1위를 기록하는 '자살 공화국'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하나마나한 어설픈 치유 따위를 주장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하다. 세상사 법칙은 틀렸다. 우울이 정상이고, 유쾌가 비정상이다. 아프면 쪽팔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하자. 그냥 견디지 말고, 나 아프다고 무식하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자. 이야기해야 치유가 가능하다. 당신이 사라지면, 세상의 가치는 다 필요 없다. 미래의 조용한 천국보다, 숨 쉬며 살고 있는 시끄러운 현실의 지옥이 더 중요하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극심한 사회 환경 변화는 인간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재난 상황이었던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자살률이 높아졌다. 현재 코로나19의 재난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해결의 기미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암담한 불안 그 자체이다. 재난상황으로 발생한 개인적 우울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로 상당수 자영업자가 줄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매출 하락으로 인해 월세와 생활비를 대출로 돌려막고 있다. 지금 그들의 우울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특단의 국가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이 모두 사라지면, 불 꺼진 암흑의 도시거리가 된다.

요즘 나도 참, 우울하다. 코로나로 인해 기획하고 있는 영화 콘텐츠 사업이 중단되었다. 최근 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가 왔다. "힘들지만, 버텨라 이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가슴 뭉클한 격려다. 친구야 걱정 말아라. 이때까지 충분히 고통 받아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 길을 잃으면 다시 찾으면 되고, 다시 걷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오늘 우울한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화장실을 청소한다. 모든 우울을 조금씩 깨끗이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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