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배달 앱은 공공재다

구민수 경제부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구민수 경제부 기자
구민수 경제부 기자

꽤 오래전 일이다. 학생들 사이에 '데이터 갈취'가 이뤄진다는 보도가 기성세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른바 '와이파이(핫스팟) 셔틀'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이 힘없는 학생들에게 핫스팟 연결을 강요하고 자신은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핫스팟이란 개인 스마트폰을 휴대용 공유기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한 사람의 스마트폰으로 여러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여러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데이터 요금을 떠넘기는 이 신종 학교폭력은 기성세대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와이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는 무선 공유기를 설치하는 학교가 많아졌다고 한다.

와이파이 셔틀은 시대 변화가 낳은 새로운 유형의 폭력 중 하나였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들에게는 그 대상이 배달 앱이 됐다.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갑질, 골목상권 침해,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 지역 자영업자의 한숨이 늘어나자 대구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른바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와이파이처럼 배달 앱도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들은 한국의 외식업계가 배달 앱에 완전하게 종속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6, 7월 서울시가 서울·경기·인천 음식점 2천 곳을 상대로 배달 앱 거래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매출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93.7%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을 때 매출 하락률은 39.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6.0%가 배달 음식 주문 방법(중복 응답)으로 배달 앱을 꼽았고, 전단이나 지역 정보지를 보고 전화한다는 응답은 각각 11.7%, 5.9%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시장 상황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메신저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써 내려간 새로운 소비문화도 무시 못할 순기능 중 하나다.

보안 문제로 홍역을 치른 카카오톡을 대신해 텔레그램이 주목받은 것처럼 쿠팡(쿠팡이츠)과 위메프(위메프오) 등 새롭게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고민을 안은 채 공공배달앱 개발에 나선 대구시는 시장 점유율 3위권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대 견제가 가능한 시장 점유율로 전체 배달 앱 시장이 적정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3위는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데이터 갈취 기사가 나온 게 2010년대 초반인데, 전국 교실 38만 실 가운데 아직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초·중·고교는 19만6천 개(51.5%)에 이른다. 배달 앱도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몇몇 지자체가 배달 앱을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반짝 성과를 거뒀지만 접속 오류 등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시도 공공배달앱을 출시하는 데에만 의의를 둔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등장해야 할 공공배달앱은 오로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팀을 구성하는 등 과감한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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