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동대 청소노동자 "우리 일터를 돌려달라"

부당해고 주장 천막농성 76일째 이어가
대학 측 '용역업체 계약만료로 일어난 일'

15일 오전 포항 한동대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복직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15일 오전 포항 한동대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복직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정든 일터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33명은 15일 대학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해고를 통지한 한동대는 삶의 터전인 일자리를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소속 한동대미화분회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 중 한동대 생활관에서 근무했던 14명은 지난 7월, 본관에서 근무한 19명은 이달 초 각각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30, 40대 나이로 청소일을 하기 시작해 많게는 25년, 적게는 8년 동안 근무했다.

해고는 한동대와 청소 용역업체의 계약이 만료되거나 다른 곳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기존 용역업체인 B사와 계약 만료로 지난 6월 말 생활관 노동자가, 본관 용역 신규업체 C사가 들어온 지난 8월 말 본관 노동자가 해고됐다. C사는 당시 하루 8시간 근무를 7시간으로 줄인 단축근무를 노동자들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해고를 통지했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지난 7월 2일 한동대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으며, 76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중재로 대학, 용역업체, 본관 노동자가 자리를 가졌지만 '일 7시간 코로나 시국 1년만 유지 안'이 제시되고 생활관 노동자가 언급되지 않는 등 문제로 결렬되기도 했다.

정영숙 한동대미화분회장은 "단축근무 요구는 우리더러 일용직 노동자가 되라는 것이고, 생활관은 얘기도 없다"며 "갑자기 해고하고선 학교에 들어오면 무단침입으로 신고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쓰다 버리는 부속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동대 측은 "이 사안은 청소용역업체와 위탁관리 계약이 만료된 것이기에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로 봐야 한다"며 "코로나19 탓에 생활관은 적자가 너무 커 청소용역 계약을 어느 업체와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차츰 회복되면 직접 고용 형태로 운영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어 "본관 노동자들도 어렵더라도 고통분담을 해준다면 상황 개선 후 기존 근로조건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포항 한동대 정문 앞에 설치된 청소 노동자 농성 천막. 배형욱 기자
포항 한동대 정문 앞에 설치된 청소 노동자 농성 천막.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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