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김유은/ 좋은북스/ 201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꽃

깊어가는 가을_여숙이
깊어가는 가을_여숙이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족의 인연, 사회의 인연으로 서로가 다른 환경과 성격으로 만남을 이룹니다. 평범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가족 관계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친구 간의 우정 이야기. 이것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으로 펼쳐지고, 누군가에겐 파도가 일렁이듯 태풍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처럼 수많은 인연과 사연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갑니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타인에게 나를 맞출 수는 없겠지요. 금슬 좋은 부부를 볼 때면 그러지 못한 후회와 부러움이 생깁니다. 서로의 배려와 사랑이 세월을 지탱하듯 배려와 사랑의 노력이 없다면 아픔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참 불행입니다.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 있는가 하면, 멀리 있어도 언제든지 내게 달려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인연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성이 아닌 우정 사이에도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인연 말입니다.

"행복은 배달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발견하는 것이었다. 숨은 그림 찾기와 비슷한 게 일상의 행복이다."(18쪽) 행복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합니다. 내가 만들어가고 내게로 찾아오게 하는 것이 행복이겠지요. 살아가다 보면 힘들고 지치고 좌절하고 아픔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아픔을 안으려 하지만 결코 그것이 모두일 수는 없습니다. 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아픔을 세월과 함께 흘려보내 주어야 할 때가 분명 있는 것입니다.

"어떤 위로의 모습도 모두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것도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좋은 위로는 잘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58쪽) 그렇습니다. 누구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들어만 줘도 그 위로에 상처를 씻으며 삽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땅이 젖는 것처럼 단지 지나간 존재 때문에 다가올 인연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상처 받지 않겠다는 이유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상처 받지 않겠다는 이유로 지난 상처 안에서만 머물러 살아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프지 않고 싶다는 이유로 아팠던 흉터만 계속 매만지며 있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한 발자국 용기를 내어서 걸어 나와야 한다. 당신을 닮아서 예쁜 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138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사람꽃"이라고 했습니다. 사랑도 하고 지우기도 하고 쉽지 않은 선택을 해가며 곱게 살아야겠습니다. "가수 김광석의 노래 제목처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굳이 참지 않아도 되는 슬픔을 참으며 지내야 하고 견뎌야 할 게 너무 많은 사랑이라면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한 번은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한 배로도 거대한 망망대해를 지나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물 몇 모금에 쉽게 떨칠 쓴맛의 사랑이 아니라면 그 사랑은 하루빨리 뱉어야 한다."(183쪽)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가을 속에서 읽으면 사랑이 열매처럼 익을 것 같습니다.

여숙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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