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상 구조는커녕 사살…北 침묵에 국민 분노

연평도 실종 공무원 총살·시신 소각
비무장 민간인에 패륝적 범죄 '충격' 김정은 하명 추정
월북설 나오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인 예단 어려워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경과도, 경위도 미심쩍은 게 한 둘이 아니지만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사실만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북은 민간인을 사살하는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우는 짐승만도 못한 패륜적 범죄를 저지르며 인명을 경시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체제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에서 벌어진 남측 주민 박왕자씨의 총격 사망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북의 패악적 대응에 충격이 더 크다. 비슷한 사례를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는 반인류적인 행위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은 북 해안가로 흘러간 남측 공무원에 대해 바다에서 진술을 들은 뒤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이어 방독면에 방화복을 입은 군인이 기름을 부어 시신을 불태웠다. 코로나19 유입 차단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북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듯한 태도 앞에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어업지도사)인 A씨(47)가 북한군에 발견된 건 22일 오후. A씨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떠 있었다. 앞서 A씨는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소연평도 남방 2.2km 해상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 당국과 해경, 해수부가 이 사실을 공유했고 정밀 수색 활동에 들어갔다.

군 당국이 A씨 발견 정황을 확보한 건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북한 해역 내인 등산곶 인근 해상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 근처에서 신원 미상의 실종자를 발견했다. 그는 북 단속정과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미상의 부유물에 몸을 싣고 있었다. 군이 이 인물을 A씨로 특정한 건 오후 4시 40분이었다. 이 때 북한군은 A씨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과 관련을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군은 오후 9시 40분쯤 A씨에 대한 총살과 화형을 집행했다. 최소한의 구난·구조 조치도 없었다. 이 직전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최고위층의 하명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우리 군은 23일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이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전달했으나 북측은 24일까지 답을 하지 않으며 우리 국민의 인내심을 실험하고 있다.

A씨가 북으로 간 것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도선에서 신발이 발견되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미뤄 월북(越北)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지만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실제로 연평도 주민들은 실종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옹진읍 해안가까지 거리가 21.5㎞인 상황에서 40대 후반의 체력으로 바다에 뛰어 들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A씨가 4개월 전에 이혼했고, 동료 직원들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월북설이 다시 떠오르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와 관련, 해수부 직원들은 "조사 중인 사안이다. 할 말이 없다"고 침묵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 "조사가 끝나는 대로 확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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