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우리 실종 공무원이 북측에 피격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 그의 장기로 여겨지는 '콜라주' 기법으로 쓴듯한 정리글을 25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건 관련 '정권 내지는 정권측' 인물들이 한 발언을 모아 비판글을 쓴 셈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번 사태를 '반북 이데올로기'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마 민주당 쪽에서 원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이념을 떠나서 이 문제를 그냥 생활하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는 아마 유가족일 것"이라고 짚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문제였다면, 그것을 비판했던 사람들이 정작 이번 사태에서는 사살된 분의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예를 들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그러니 북한이 희생자의 장례(화장)를 치러준 것이고, 김정은이 사과를 했으니 희소식이며, 그 분의 희생이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는 둥, 해괴한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희생자의 장례(화장)를 치러준 것'이라는 표현은 이날 오전 방송인 김어준이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어준은 방송에서 북측 행위를 두고 "대단히 비인간적이고 비문명적이고 야만적"이라며 "평상시라면 의거 월북자로 대우받았을 사람인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바이러스 취급받는 것이다. 그래서 여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해상에서 사격을 하고 화장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사과를 했으니 희소식'이라는 표현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날 발언을 가져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 생중계가 이뤄진 노무현재단 주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행사에서 북측 통지문이 왔다는 속보를 전하면서 "이 불행한 사건에 북측 통지문으로 충분하다 볼 수 없지만 실마리가 돼 남북 정상이 우선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기도 했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 분의 희생이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는'이라는 표현은 앞서 유시민 이사장이 발언한 유튜브 생중계에서 다룬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언급에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행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씨(실종 어업지도원)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 남북관계의 부활로도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중권 전 교수는 글 마지막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요즘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글의 패턴이기도 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한 사람의 죽음 덕에 외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됐으니, '미안하다. 고맙다.' 대통령이 세월호 방명록에 이렇게 적어 넣을 당시의 그 정서, 거기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8월에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망한 3가지 사건을 페이스북에 언급하면서 그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적은 해당 문장을 인용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날이며 이미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라 있던 시기인 2017년 3월 10일 세월호 사건의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며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바 있다.
이어 '고맙다'는 문구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희생된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고 정치인으로서 참 아프면서도 고맙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뜻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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