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 잘 지내? 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답답해 죽겠어." 며칠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중인 데다 한 달째 계속되는 산불로, 까만 재까지 날아다녀서 아이들과 밖에 나갈 수가 없다고, 그래서 더 힘들다고 했다. "대낮에도 어둑어둑하고, 종말을 보는 것 같아…. 나는 우리 애들 세대가 문제지, 내가 사는 동안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웃음)…어떡하지?" 걱정을 담은 너스레를 들으며 통화를 마쳤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봤다. 대낮에도 온통 붉은빛으로 뒤덮인 샌프란시스코의 사진이 올라왔다. 현실 같지 않은 이 사진이 낯설지 않다. 작년 9월 시작되어 올해 2월에야 진화되었던 호주의 대형 산불 때에도 호주의 하늘은 붉었다. 하늘이 붉은 주황빛을 띠는 것은 극도로 높은 밀도의 연기 입자 때문으로 연기가 많이 나는 화재에서 매우 구체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발생하는 한 세대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사건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해에 벌써 두 번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할까, 그리고 얼마나 광활한 산림이 불탔고, 또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을까.
이산화탄소는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유력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다. 궁극적으로는 탈탄소 사회로 전환되어야겠지만, 최근엔 기후 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축의 대안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활용(CCUS)하는 자원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탄소의 포집, '공기 중에 미세먼지만 콕콕 집어서 통에 가둬버릴 수 없을까?' 그런 상상을 하긴 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상품이 있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스튜디오 로세하르데'(Studio Roosegaarde)가 디자인한 '스모그 프리 반지'(Smog free ring)로 반지의 원료는 이 스튜디오가 중국 베이징 등에 설치한 높이 7m의 거대한 공기청정기인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에서 포집한 스모그이다.
스모그 프리 타워에서 얻은 미세먼지를 여과해 얻은 탄소 성분에 높은 압력을 가하는 다이아몬드 생성 기술로 압축하여 투명한 육면체 안에 가두어 반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스모그 프리 반지'는 일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271달러(약 30만원)에 판매되었지만 지금은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 영구소장품이 되었고 아쉽지만 더 이상 구입할 수는 없다고 한다.
탄소 포집을 못해서 영원히 그 빛나는 탄소 반지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라도, 요사이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다시 잃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푸른 하늘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봉쇄 조치에 따른 중국의 월경성 오염물질과 국내 오염 발생의 감소 덕분이라고 한다. 결국 많은 것을 스스로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 이 푸른 하늘을 누릴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배출 증가량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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