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오늘은 아빠가 일찍 들어 온 날.
"길으면 기기 차라차차차~ 먹으면 힘이 으라차차차~"
마리아(7)와 움무(6)가 바나나송을 따라
신나게 엄마 잔소리를 털어냅니다.

춤이면 춤 그림이면 그림,
한국말도 차지게 하는 만능 재주꾼인 두 딸.
응석과 옹알이가 한창인 두 공주.
모두 대구서 태어난 행복둥이들입니다.

어떻게 일군 행복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아이들 몰래 부부는 또 속울음을 삼킵니다.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종족분쟁에 군인들의 폭행에 눈물로 등진, 조국
아프리카
기니를 떠나 기회의 땅 한국을 찾았습니다.
결혼해 이만한 가정도 일궜지만
난민 인정이 거부되고, 외국인등록증 마저 회수돼
이제는 일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깨물고 배운 간호조무사 꿈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먹고 살 길은 아빠의 일용직.
지난달엔 열흘도 못 채웠습니다.
세째딸 신분증(G-1비자)을 연장하러 간 아빠가
'과태료 10만원'에 풀이 죽어 왔습니다.
딸 주소 이전을 깜빡 한 탓이었습니다.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도움 없인 살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요?
18일 열린 기니 대선에서
'종족 분쟁의 불씨' 말린케족의 콩데(82) 대통령이
'3선 금지' 헌법을 고치고 출마해 또 살아났습니다.
며칠 새, 3선 반대 시위자 수십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플라니족인 이 부부는 주말을 온통 눈물로 보냈습니다.
올 4월까지 국내 난민 신청자는 6만8천여 명.
인정율은 3.6%.
OECD 평균(약 30%)에 한참 뒤집니다.
난민 재신청. 일이 또 잘못되면
이 가족은 몇 개월 뒤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머물 수도 돌아 갈 수도 없는 난민 신세...
대구에만 2천여 명, 전국에 6만여 이웃이
'기회의 땅'에서 오늘도 숯덩이 가슴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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