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10년 안에 90%까지 올리는 내용의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세금 쥐어짜기 군불을 때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복지예산 세수 확충에 혈안이지 않고서야 이 같은 증세 카드 발상을 할 수는 없다.
부동산 공시가격과 시세 간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시가를 올린다면 보유세율은 그만큼 낮추는 게 당연하다. 보유세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시가만 올리면 결국 국민 전체의 세금 부담만 늘어난다. 특히나 집 한 채뿐인 고령 연금 생활자와 기초연금 수급자들에게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은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까지 도달하면 시세 9억원 이상 1주택 보유자는 수년 뒤 지금의 2, 3배 수준 보유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다주택자는 말할 것도 없고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1주택자마저 세금 폭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집값이 내려도 공시가격 인상 효과로 세금이 오르는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시가격 인상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다시 보유세 인상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예사롭지가 않다.
여론 악화를 의식한 탓인지 정부 여당은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재산세율을 0.03%포인트 내지 0.0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조삼모사요, 눈속임이다.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낮추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세금 인하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세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정권이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이라고는 증세밖에 없는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국민은 세금 내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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