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M&A) 승인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M&A 심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경쟁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제약조건을 내걸고 결합을 승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결합이 성사되면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공룡 배달앱'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건부 승인' 가닥?…공정위 "결정된 것 없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 운영)와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의 M&A를 벌률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승인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복수 언론은 해당 심사보고서에 수수료 인상 제한 등 제약조건을 제시한 채로 두 회사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DH 측이 3~4주 안에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면 공정위가 내달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반면 DH와 우아한형제들 측은 조건 없는 결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배민과 요기요의 M&A 신고서를 접수했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합병을 연내 결론내겠다"고 언급했다.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시장 점유율은 무려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월간 실사용자 기준 배달앱의 업체 점유율은 배민 59.7%, 요기요 30.0%로 나타났다. DH가 운영하는 배달통 점유율 1.2% 합하면 결합사의 점유율은 90.9%가 된다.
신생 배달 앱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각각 점유율 6.8%, 2.3%로 성장을 거듭 중이지만 배민과 요기요에 대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한 회사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경우를 독점, 셋 이하의 회사가 7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면 과점이라 정의하는데, 배민·요기요 결합 시 점유율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셈이다.
자연히 업계에선 배달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공정위 측은 두 회사의 M&A 심사 과정에 대해 함구했다.
공정위는 지난 10일과 11일 연이어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현재 해당 기업결합 건의 심사내용과 시정조치 방안 등에 대해 공정위의 입장이나 심사일정은 결정된 것이 없음을 알린다"고 했다.
한편 소비자연맹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결합에 대해 소비자 대부분은 가격상승, 서비스 저하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인상 통제될까
만약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폐해는 결합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앱 이용업체 입장에선 오른 수수료를 만회하기 위해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비용을 절감하고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걱정이 나온다. 올해 초 배민은 정액제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바꾸려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라는 거센 가맹점 반발에 해당 정책을 철회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는 공정위가 향후 3~5년간 결합사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수수료를 올릴 수 없게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력을 상실하는 이같은 제약조건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경쟁업체의 성장이다. 배달앱 시장의 경쟁자가 많아지면 자연히 수수료는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민과 요기요의 배달앱 점유율이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누구든지 시장에 진출할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배달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 문제는 강력한 경쟁자만 있으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면서도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 경쟁업체가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정보 독점 문제도 풀어야
M&A가 성사될 경우 불거질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빅데이터 독점이다.
결합 뒤 배민과 요기요가 음식점, 라이더, 소비자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프로모션 등을 시행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면 신생 사업자는 그만큼 시장 진입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요기요와 배민, 배달통 등 빅3 배달앱의 합산 정보량이 96.7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도 지난번 배민의 수수료 인상 논란 당시 김재신 부위원장(당시 사무처장)이 "배달앱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와 가맹점의 다양한 정보가 수집·분석·활용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 정보가 정당하게 수집되는지, 수집된 정보가 가맹점에 필요한 수준만 적절하게 제공되는지 등을 (배민과 요기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배민과 요기요의 빅데이터 공유에 적절한 제약조건을 둬 정보 교류를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결합사 입장에선 합병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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