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피살 공무원 가족 "신동근·해경청장, 명예살인 자행"

피살 공무원 전 부인, 아들 대신해 '인권위 진정'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 씨의 전 부인 권 모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성년자 이군의 대리인 자격으로 전 부인인 권 모씨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 씨의 전 부인 권 모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성년자 이군의 대리인 자격으로 전 부인인 권 모씨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표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가족들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유족 측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진정서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아들 A군(17)이 냈으며,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는 고교생인 A군을 대신해 어머니이자 고인의 전 부인 권모(41)씨가 나섰다.

권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지만 큰 사건의 중심에 서고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저와 아이들이 설 곳은 없었다.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여 명예살인을 자행하였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되어 제 자식들의 미래를 짓밟아 놓았다"고 말했다.

권 씨는 또 "(해경 발표 이후에)아빠를 따라가고 싶다며 한동안 울기만 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이제 겨우 여덟살 딸이 10년, 20년 뒤 아버지가 도박했고 정신공황이었다는 뉴스를 보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우는 딸에게 엄마가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고 예민한 시기의 아들이 나쁜 생각 갖지 않게 하려고 저는 광대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을 우리 셋은 살았던 것이 아니라 버텨냈던 것"이라고 울먹였다.

기자회견 마지막에 권 씨는"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내 아들과 딸이 당당하게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로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 월경을 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라는 글을 써,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씨가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해수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던 이 씨는 지난 9월 22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38㎞ 떨어진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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