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보고 있으면, 한심스럽다 못해 가련하다. 집권당도 아닌데 집권당인 듯 행세하고, 기득권도 아닌데 기득권인 폼을 잡는다. 되는 것은 없고,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많다. 대략 난감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야당은 프레임이 없다. 교육에 대해서건, 경제에 대해서건, 통일에 대해서건, 뭣 하나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다. 뇌(브레인)가 없거나 의지가 없거나, 인재가 없거나 노후화되었거나 이다. 선거는 프레임이 없으면 진다. 조지 레이코프가 "프레임 전쟁"에서 선거란 '프레임과 프레임간의 전쟁'이라고 말했듯이, 프레임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도 정치적 우위에 설 수도 없다.
해당 사안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간 그 프레임에 말려든다. 프레임의 노예로 살다 기진맥진 절명한다. 야당이 프레임을 갖는 것은 비단 자신들의 정권창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프레임 싸움이 붙어야 국민들도 큰 틀에서 논의꺼리, 판단꺼리를 얻는다. 결국 이 다툼은 거시적으로 국리민복에도 도움이 된다. 프레임이 없이 감정이나 힘 싸움으론 여권의 힘에 떠밀려 물리적으로 백전백패다.
예컨대, 비속어인 보수꼴통, 꼰대(라떼는 말이야, 틀딱・틀딱충), 갑질, 토착왜구나 최근 언급된 노무현국제공항을 들어보자. 이들은 진보 대 보수 프레임에 기반한 계산된 의도에서 생겨난 말들이다. 이런 언어적 전략에 냉정한 독해가 필요하듯, 사사건건 분노할 것이 아니라 대안 있는 조어(造語) 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막연히 여권, 진보에 맞서는 식의 맞대응은 하나 마나다.
박세길이 "두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 진보 VS 보수향후 30년의 조건" 에서 말했듯이,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 이해관계에 의존하던 프레임은 이미 진부해졌다. 그가 제안한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의 의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과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인데, 이런 정도를 야당도 내 보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인권존중 등에 대한 안목과 발상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적 프레임을 야당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 야당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야당은 야(野)다워야 한다. 과거 여당이었다는 추억일랑 잊어버려야 한다. '야'란 정치의 집권 주체가 아니라 거기에 비판・견제하는 '비(非)・반(反)의 정치'적 입장이다. 아울러 정치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배제・이탈된 정치'적 상황이다. 따라서 대안 이론과 의제 제시에 강해야 하고, 더더욱 진보적인 안목과 야성을 닦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야당은 보수 양반 근성의 땟물이 덜 빠져 나약하기 짝이 없다. 이권과 파벌에 따라 문중의 패가 갈리듯, 여권의 분열정치 작전에 무방비로 놀아난다. 사안별로 동상이몽이며, 체면과 자존심이 강해 궂은일에는 목숨 걸고 달려들지도 않는다. 정치는 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감성, 단호함, 전투력이 있기는 한가? 패 가르다가 망한 쓰라린 과거를 알기나 하는가.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태극기부대처럼 패거리 지어 몰려다니라는 뜻은 아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국에 그랬다간 안전을 명분으로 한 여권의 통제 프레임에 바로 말려들어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셋째, 프레임을 만들 인재도 없고, 기르지도 않는다. 야권 내부에는 인재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적군이라도 양자로 받아들여 아군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두꺼비는 살모사에게 잡혀 먹힌 뒤 그 뱃속에다 알을 낳아 그 몸을 자양분으로 자라게 한단다. 여래의 몸(如來之身)은 몸 아닌 것을 몸으로 삼고(非身是身), 마음 아닌 것을 마음으로 삼는다(非識是識) 했다. 이렇듯 잡아먹힐 때는 지혜롭게 잡아먹혀, 그 몸을 자양분으로 후계자를 만들어낼 각오도 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야(野)여! 좀 야답게 야성을 찾고, 프레임에 목숨을 걸어라. 분노보다는 냉정과 지능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정치적 생존보다는 정의로운 생존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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