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다. 대부업법이 개정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최고금리는 20%가 된다. 이미 정부는 최고금리를 27.8%에서 24%로 인하한 바 있다. 대부업체의 입장에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돈을 떼일 위험을 줄여야 한다. 대부업체는 보다 신중하게 대출을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서민 중 일부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만 다른 일부는 돈을 못 빌리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연 27.8%는 고리(高利)다. 서민들로부터 고리를 받는 대부업체는 사회악이다. 사회악을 없애려면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대부업체가 금리를 결정하는가? 아니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급전(急錢)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
지난 7월 말부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경우 집주인은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월세상한제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미 임대료가 폭등했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재계약 때 임대료를 충분히 올릴 수 없다면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많이 올려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세입자는 수년에 걸쳐 지불할 임대료를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지불하게 되었다. 집주인들이 명시적으로는 담합하지 않는다. 집주인들은 묵시적으로 담합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밖에 게시된 수많은 가격표를 보라.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하지는 않는다. 설사 집을 비워 두더라도 집주인들은 버틴다. 세입자들은 버티지 못한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세입자들이 있는 한 전월세상한제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악화시킨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도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더한 것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분양가를 건설사가 아닌 정부가 결정한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낮으니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한다. 분양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건설사는 추첨을 할 수밖에 없다. 당첨된 사람들 즉, 분양권을 받은 사람들은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청약에 실패한 다수의 서민들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분양가상한제는 로또(lotto)다.
정부는 분양가를 제한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는 청약에 실패한 서민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 횡재(橫財)를 기대하는 다수의 무주택자들이 있는 한 분양가상한제는 또 다른 로또이다.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실질적으로 등록금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지난 10년의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을 단순히 더하면 18.7%에 달한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재정은 악화되었다. 등록금 동결이 서민들을 위한 제도임은 명백하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의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시설이 고등학교보다 못하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고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이 안 되지만 대학에는 수강생이 70명 이상인 강좌가 아주 많다. 일부 대학은 도서관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강좌 수와 학기당 강의 주수(週數)를 줄였다. 등록금을 동결하면 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이 양질인지는 의문이다. 등록금 동결은 등록금이라는 가격을 제한할 뿐 교육의 질(質)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격이 낮으면 품질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서민들은 금리가 높아서, 임대료가 폭등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등록금이 비싸서 고통을 겪는다. 높은 가격이 고통의 원인인가? 그렇다면 대책은 간단하다. 금리, 임대료, 아파트 가격, 등록금을 제한하면 된다. 높은 가격은 고통의 원인이 아니다. 가격이 높은 것은 현상(現象)일 뿐이다. 그래서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부작용만 유발한다. 가격 제한의 부작용은 장기에 걸쳐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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