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는 툭 튀어나왔고 머리는 대머리인데 정수리는 외계인처럼 길쭉하게 솟았다. 키는 작달막하다. 장두단구(長頭短軀)로 볼품은 없지만 수명을 관장하므로 가장 중요한 신선이다. 수노인(壽老人), 수성(壽星)노인, 남극노인 등으로 불린다. 옛날 사람들은 남극성인 남두육성(南斗六星)이 장수를 맡은 노인성(老人星)이라고 생각해 이 별자리를 이렇게 좀 우스꽝스러운 신선의 모습으로 그렸다. 삶을 오래오래 누리는 것이야말로 누구나의 소원이므로 수노인 그림은 장수를 축하하거나 기원하는 용도로 애호된다.
김명국의 '수로예구'는 수노인의 소맷자락 아래에 끌려가는 거북이도 그렸다. 긴 수명을 약속하는 위에 십장생인 거북까지 그렸으니 금상첨화이다. 인조 때 도화서 화원인 김명국은 1636년과 1643년 두 차례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선발되어 일본에 다녀왔다. 이 그림은 김명국이 일본에서 그곳 수요자의 취향에 맞추어 그렸던 그림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이다.
일본 선화(禪畵)에 많이 보이는 붓질을 극도로 간략하게 한 감필 수묵화이다. 귀 옆의 옷깃 표현을 보면 목 뒤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부분에서 붓의 중심을 확 꺾어 붓털이 종이에 닿는 부분을 바꾸어 편필로 넓적하게 펼쳐내다가 붓끝을 뽑아 올려 선과 면을 동시에 나타내며 옷깃을 그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붓을 누르고 들며 농담까지 조절해 얹었다. 붓이 한 번 지나가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니 필력이 말할 수 없이 좋았던 것이다. 거북이 위쪽에 '연담(蓮潭)'으로 호를 써 넣은 필치 또한 나는 듯 날렵한 붓 맵시와 멋스러움이 넘친다.
당나라 때 궁궐의 벽화를 그리게 되었을 때 이사훈은 수개월간 매달려 치밀하게 공들여 그렸고, 오도자는 단 하루 만에 완성했다. 안목 높은 주문자인 현종이 "둘 다 그 묘함이 지극하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오도자를 '신품(神品)'으로 꼽은 『당조명화록』(840년 무렵)에 나온다. 세밀한 그림은 그것대로 좋고, 호쾌한 그림은 또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조선 후기 비평가 청죽(聽竹) 남태응은 김명국, 이징, 윤두서 이 세 화가를 각각 신품, 법품(法品), 묘품(妙品)으로 품평하며 『논어』를 빌어 김명국은 날 때부터 아는 생이지지(生而知之), 윤두서는 배워서 아는 학이지지(學而知之), 이징은 애써 노력해서 아는 곤이지지(困而知之)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공즉일야(成功則一也)", 공(功)을 이룬 것은 같다고 했지만 우열이 없을 수는 없는 일, 김명국을 으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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