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이 저물어간다. 불안과 불행으로 얼룩진 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수식어는 한가롭기만 하다. 폭정은 상식을 앗아갔고, 코로나19는 일상을 빼앗았다.
2020년, 우리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목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열혈 지지 세력에만 의존했다. '그들만의 정치'를 했고,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야당과 국민은 배척했다.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야당은 협치에서 배제됐다. 야당은 무기력하고 무능했다. 여당에서도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열혈 지지 세력은 이를 짓밟았다. 반대 의견은 적폐로 내몰렸다. 우리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졌다. 정치는 갈등과 대립을 더욱 부추겼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교수들이 '내로남불'의 자세로 한 해 내내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 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으로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1년 내내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붙잡고 있었다. 검찰이 권력에 칼을 들이밀자, 검찰 개혁은 '윤석열 제거'로 둔갑했다. 공수처는 '20년 집권 기반'이란 비판을 사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야댱의 이해도, 국민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 여권은 아랑곳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과유불급, 사필귀정이다. 사법부가 여권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및 윤석열 검찰총장 재판 결과는 여권엔 치명적이다. 여권은 두 사건에 '반개혁'의 프레임을 걸었다. 하지만 사법부의 제동으로 여권은 타격을 입었다. 민심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와 관련해 25일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짓눌렀다. 감염병은 무서웠다. 사람이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확진자가 병원에 가지 못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모든 것을 멈춰야 했다. 식당, 카페, 학원, 노래연습장은 문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식당 주인은 싸늘한 불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고용 상황은 악화 일로다.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59세 취업자 규모는 작년보다 63만 명 줄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은 국민의 최대 걱정거리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재 사회 걱정거리 1위로 감염병 취약(30.7%)을 꼽았다. 5년 후 걱정거리에서도 감염병(14.9%)은 1순위를 차지했다.
성탄절, 성당과 교회엔 미사도 예배도 없었다. 불 꺼진 밤거리는 을씨년스럽다. 확진자가 매일 1천 명에 이르는 환란 속에 연말연시를 맞았다. 정부가 자랑했던 K방역은 신기루가 돼버렸다. 국민은 백신 없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흩어지고, 떨어져야 산다는 '행동백신'뿐이다. 민초들은 알아서 버티고 견뎌야 한다.
새해 희망을 꿈꿔야 할 세밑이 우울하다. 하지만 절망을 절망해야 희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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