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공공기관의 콜센터 상담사 A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급증했다. A씨는 "코로나 탓에 기존 방문객 대상 업무가 전부 콜센터로 넘어온다. 신청서 작성과 출력 방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한다. 일이 너무 많아 휴식은 아예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콜센터 상담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감염 위험으로 공공기관 방문이 어려워지자 상담이 몰리고 연결 지연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 민원도 많아졌다. 하지만 회선이나 인력 확충은 없고 오히려 실적 평가를 통한 내부 경쟁만 심해졌기 때문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지침'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를 상담사 355명(공공기관 3곳·민간기업 1곳)을 대상으로 지난 14~18일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업무 환경이 코로나 이전보다 열악해졌다거나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콜센터 한 상담사는 "마스크를 쓴 채로 장시간 통화를 하면 호흡곤란이 오고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그러다보니 고객 불만도 잦아진다"며 "마스크를 쓰고 10분만 계속 말해도 숨이 찬데 6~7시간 일하니 탈진할 지경"이라고 했다.
업무는 늘었지만 회선이나 인력은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된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로 5년째 일하는 염희정 한국장학재단 지회장은 "업무는 많은데 급여가 낮다보나 인력 충원이 제대로 안된다"고 했다. 이곳 상담사는 300여 명(서울, 대구, 광주)이다.
염 지회장은 "상담사를 고용하는 도급계약에 따르면 재단이 민간위탁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재원을 직접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부 실적 압박도 커졌다. 상담사는 상담품질평가(QA)로 점수가 매겨지고 실적에 반영돼 임금에 영향을 미쳐서다. 특히 연말이면 재계약 여부가 논의되는 민감한 시기다. 도급업체 소속 한 상담사는 "받은 콜 수와 시간에 대해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간다. 1분 1초 단위로 상담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감시당하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 상담사는 "콜센터 시스템은 한 명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구조"라며 "조금만 늦어지면 팀장이 바로 압박을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쉬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상담사 휴식 시간 보장과 코로나19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콜센터 근로자 지침'에 따르면 1시간마다 5분 휴식 또는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을 권장하고 있다.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통계적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콜센터 등 밀집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취약함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조치와 후속조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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