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쌀 재난 국가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 지성사 펴냄

저자는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쌀 경작 문화권 제도에서 찾는다.
저자는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쌀 경작 문화권 제도에서 찾는다.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쌀', '재난', '국가'가 서로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이 어떤 제도들을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 삶에서 발현되고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저서다.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제'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수많은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저자는 특유의 통찰과 독창적인 분석 틀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 현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구조적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혀낸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비롯해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부정적 유산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에서는 한반도의 고대 및 전 근대 국가 2천 년 동안 벼농사 체제하에서 재난 극복 및 구휼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에서는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심리 구조가 탄생하는지를 다룬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에서는 재난 시기 이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해 재난을 극복하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로, 현재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국가별 대응 시스템을 분석했다. 이어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에서는 벼농사와 밀농사 체제에서 불평등은 어떻게 형성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불평등의 결과가 서로 어떤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비교·분석했다.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에서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유산인 '연공제'를 분석하되 그것이 어떻게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구조'와 섞이고 조응해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이야기한다.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에서는 연공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위기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안을 제시한다. 38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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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쌀 재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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