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작물 지도 변하는데…저탄소 정책은 '걸음마' 단계

대구시 기후변화 대응 미흡 목소리
1991-2020년 연평균 기온 14.5℃…감귤 재배 농가 3년 만에 5곳으로
"현재 정책 구체적 이행방안 없어"

대구 동구 둔산동에 있는 대구 첫 감귤농장인
대구 동구 둔산동에 있는 대구 첫 감귤농장인 '별그린농장'. 최혁규 기자

"4년 전 체리농사를 짓다 체리 재배에 기온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목전환을 고민하던 중 지구온난화로 점점 기후가 따뜻해지다 보니 대구에서도 충분히 감귤을 재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감귤 농사를 시작해 올해 들어서야 상업화할 만큼 생산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손선식 별그린농장 대표가 2018년 대구시에서 처음 감귤 재배를 시도한 후, 3년 만에 대구시엔 감귤 재배 농가가 5곳으로 늘어났다. 감귤 외에도 대구에선 바나나 등 여러 열대작물 재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대구의 대표 재배 작물이던 사과는 생산량 감소가 완연하다. 2000년 1천774톤에 이르던 사과 수확량은 2020년 647톤으로 36.4% 줄어들었다.

기후 변화가 대구의 작물 재배 양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저탄소 정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서 재배되는 작물이 바뀌어가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0년 대구의 연평균 기온은 14.5℃로, 1981년부터 2010년 평균값과 비교할 때 0.3~0.4℃ 높았다. 무더운 날도 증가했다. 1981년부터 2010년 23.2일이던 폭염은 2011년부터 2019년 사이 32.2일에 이르렀다.

정부의 탄소절감 정책에 따라, 대구시 역시 2020년 7월 이에 맞춰 2030년까지 탄소를 30% 절감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2030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수립했다. 종합계획을 통해 대구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총 11.6조 투자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사업별 이행관리 ▷시민공감대 확산 및 시민참여 활성화 ▷기후변화대응과 적응과제 연계·통합 관리라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탄소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은영 기후위기비상행동 대구모임 사무국장은 "법정 계획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대응계획 안에 탄소감축과 관련된 계획들을 수립하긴 했지만 실제 시행과 관련된 상세한 이행계획과 예산같은 게 나와 있지 않다 보니 말 그대로 문서상의 계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초 지자체에서도 저탄소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대구 서구의 경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저탄소정책에 대해 '대기방지시설 청소의 날 지정‧운영, 클린로드(도로 물세척 시스템 설치‧운영), 찾아가는 어린이 기후변화 교실' 등이 있다 답했다. 하지만 청소의 날, 클린로드 등은 저탄소보다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저탄소와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대해 구별을 못할 정도로, 구 행정에서 저탄소 정책 논의는 후순위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탄소절감이 아닌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탄소포인트제, 비산업 부문 컨설팅 사업 등은 생활 속 시민 실천부분의 하나지 이걸 탄소 절감 정책으로 내세울 수 없다"며 "건설, 산업, 수송 분야에서 탄소 사용이 많은 분야에서 대구시는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행동을 담보할 수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