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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세 먹는 하마’가 돼 버린 지자체 공공시설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DB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20 회계 연도 전국 지자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에서 드러난 이들 시설의 부실 운영 실태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조사 대상 공공시설 열 곳 중 아홉 곳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히 혈세 먹는 하마라고 불러도 무방할 지경이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공공시설 설립 풍조와 부실한 사후 관리가 빚어낸 총체적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광역지자체 200억 원 이상, 기초지자체 100억 원 이상을 들여 설립한 전국의 문화·체육·복지·관광 등 공공시설 882곳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가 조사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89.7%인 791곳이 2020년 한 해 적자를 냈다. 882곳 공공시설을 설립하는 데 28조 원이 들어갔으며 2020년에만 총 1조8천억 원의 운영비가 투입됐지만 이 해 올린 총수익은 고작 6천억 원이다. 민간 부문이라면 진작에 접고도 남았을 수준의 부실 운영이다.

일평균 이용객이 100명 이하인 곳이 절반가량(436곳)이고 한 해 이용객이 0명인 곳도 23곳이나 됐다. 관리 인력이 한 명도 없는 곳 또한 47곳이나 됐다. 대구와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대구의 총 27개 공공시설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2곳에 불과했으며 경북 역시 89곳 공공시설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3곳에 그쳤다. 대구경북 공공시설이 2020년 한 해 동안 낸 적자는 총 1천336억 원에 달했다.

공익성과 복지라는 설립 목적상 공공시설의 적자 발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공공시설의 운영 실태에는 너무나 문제가 많다. 수요 및 시장 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지어서 안 될 공공시설들이 넘쳐난다. 지자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을 펴고 선거 논공행상에 따른 자리 안배에 매몰되면서 생겨난 총체적 부실이다. 공공시설 운영 사후 평가를 지금처럼 대충 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효용성 없는 공공시설은 과감히 없애야 하고 공공시설 무분별 설립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어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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