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과 함께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 감독은 5년여 간의 동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건 2017년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그는 이후 올림픽 대표팀과 K리그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 사령탑을 지냈다.
2017년에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지휘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그해 10월 부임한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박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권이던 베트남을 100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화는 예상보다 빨랐다.
박 감독의 첫 대회인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에 진입한 데 이어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접전 끝에 1대 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으나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사상 AFC 주관 대회 첫 준우승이자 최고 성적을 이끌어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마찬가지로 U-23 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박 감독 지휘로 베트남은 4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이후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박 감독의 2018년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대회에서 베트남은 3승 1무 무실점으로 준결승에 진출했고, 토너먼트에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연파하며 10년 만에 우승까지 달성했다.
놀라운 선전이 이어지자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고, 그해 연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올해 최고의 인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박 감독은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2차 예선을 G조 2위로 마친 베트남은 각 조 2위 중 상위 5팀 안에 들어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B조 최하위에 머물며 본선행은 좌절됐으나 지난해 2월 중국을 3대 1로 격파하고 최종예선 첫 승이자 중국 상대 A매치 첫 승을 거뒀다.
이어 베트남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선 아시아의 강호 일본과 1대 1로 비기기도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과의 동행이 끝나는 이번 미쓰비시컵에서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으나 최다 우승국인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베트남은 태국에 0대 1로 졌다.
비록 마지막 대회에서 활짝 웃지는 못했지만, 박 감독은 동남아에서도 중위권이던 베트남에 강한 체력과 스피드, 탄탄한 조직력을 입히며 지역 최정상급 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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