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권에 쓴소리 쏟아내는 홍준표…'차기 대권 입지 다지기' 분석

'살아있는 권력'과 '차기 주자' 갈등으로 이어지면 모두 손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인이 국민의힘 상임고문역에서 해촉된 것과 최근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보수 정당의 '맏이'를 자임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여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홍 시장은 취임한 지 약 한 달이 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앞뒤도 모르는 식견', '한순간에 훅 간다',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연이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력 없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의 이어지는 쓴소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키워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력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는 모습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중량감(직전 대선 유력 후보)을 과시할 수 있고 훈수의 모양새로 이른바 '중앙 정치' 이슈에 끊임없이 참여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선후도 모르고 앞뒤도 모르는 식견으로 거대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나"라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홍 시장은 "귀에 거슬리는 바른말은 손절·면직하고 당을 욕설 목사에게 바친 사람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앞서 15일에는 "바람 앞 수양버들처럼 흐느적거리던 사람들 지금은 오뉴월 메뚜기처럼 한철을 구가하지만 뿌리 없이 굴면 한순간에 훅 가는 게 한국의 현실 정치"이라고 사실상 '친윤계'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여당 상임고문에서 해촉 된 이튿날인 14일에는 "평생 몸에 밴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을 쉽게 버릴 수 있겠느냐"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특히 홍 시장은 지난 9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이) 정치력 없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고 현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현 정권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현 정권과 차기 대권주자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차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는 자연스럽게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기본이 된다"며 "홍 시장은 '다 여권이 잘 되라고 하는 쓴소리'라고 하겠지만 최근 비난수위는 당을 궁지로 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낙점한 여당 대표를 향한 파상공세가 자칫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살아 있는 권력'과 '차기 대권주자'의 갈등은 야당만 이롭게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과 대권 재수를 향해 달리는 차기 주자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국정지지도가 낮긴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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