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자존심 상했다"…피아노 강사 무릎 꿇리고 영상 찍은 학부모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피아노 강사 A씨와 학부모가 주고 받은 대화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한 학부모가 8세 딸이 피아노 강사에게 혼나자 학원을 찾아가 강사의 무릎을 꿇리게 하고 영상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지방의 한 피아노 교습소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생에 대한 저의 대처에 화가 난 학부모가 교습소에 찾아와 3시간 넘게 무릎 꿇고 빌라며 소리 지르고 가셨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게시했다.

A씨에 따르면 피아노 수업을 받는 8세 학생이 피아노 연습이 하기 싫다며 책을 던졌고, 이에 A씨는 "연습실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A씨는 연습실로 따라 들어가 학생을 달랬지만 학생이 연필로 피아노 건반에 낙서를 하자 재차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A씨는 학생 하원 후 학부모에게 이 사실에 대해 설명하는 문자는 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학부모는 딸을 학원에 그만 보내겠다고 통보해 왔다. 학부모는 교습소로 찾아와 "(딸이 혼난 당일) 당신이 소리 지른 건 왜 얘기 안 하고 내 딸만 잘못된 것처럼 얘기하냐"며 화냈다. 이어 "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트라우마 생겼다. 애 자존심 상하게 왜 다른 애들 다 있는 데서 뭐라고 하느냐. 밖에 나가서 따로 얘기했어야지"라며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가 반발하자 학부모는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몸을 밀쳐 넘어뜨렸고,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학부모는 "너는 을이야. 내가 갑이고. 나는 학부모야. 너는 내가 뭐라고 하든 가만히 있어야 해. 너는 네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해도 대드는 스타일"이라며 언성을 높이자 A씨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학부모는 그런 A씨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행동 똑바로 해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냐? 부모한테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고 와라"라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는 A씨에게 딸의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면 정신상담센터를 다니도록 비용을 청구하고 소송하겠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고 A씨가 밝혔다.

A씨는 "학부모가 말하는 제 잘못은 일이 일어났던 당시에 전화로 설명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낸 점, 그만두겠다고 메시지 보낸 어머니께 친구처럼 메시지 보낸 점, 학원에 찾아오신 어머니께 인사 안 하고 바로 (아이의) 교재를 찾으러 간 점, 어머니는 훈육 안 하시냐는 말,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 상하게 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렸는데도 소송까지 걸겠다고 하니 분노나 수치심을 넘어 이제는 두렵다"면서 "정말 제가 아동학대로 소송당할 만한 일을 한 건지 억울하고 괴롭다. 제 대처가 그렇게까지 잘못된 거냐"고 심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