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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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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지음/ 책읽는곰 펴냄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아동문학을 연구해온 김수영 박사가 그림책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헨젤과 그레텔, 선녀와 나무꾼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그림책부터 강아지똥, 알사탕처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그림책까지 50여 편을 라캉 정신분석의 주요 키워드인 ▷주체와 타자 ▷무의식 ▷충동과 욕망 ▷상실과 애도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언어처럼 구조화된 무의식'을 근간으로 한다는 라캉의 이론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지은이는 인간이 욕망하는 주체로 살면서 생기는 끝없는 질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것이 바로 라캉의 이론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그림책을 택했을까. "그림책의 그림에는 작가의 무의식이 직관적으로 표현돼있고,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하면서 독특한 스토리를 형성합니다. 여기에 우리 삶을 관통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이 더해지면, 보다 깊이 있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그림책을 거울 삼아 나의 욕망과 무의식을 풀어보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리고 상징계로 들어섰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욕망을 충족할 수 없다. 그림책 '어부와 아내'의 아내처럼 정신없이 가짜 욕망에 휘둘리다가 파국을 맞이하거나, 문득 허무함에 휩싸이는 것이 그런 이유다.

그럴 때는 그림책 '나도 같이 놀고 싶어!'처럼, 움켜진 그것을 내려놓고 손만 잡으면 되는 관계로 눈을 돌리거나, 그림책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처럼 뭔가를 찾기 위해 소중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는 과정에 몰두하는 등 대상물 밖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

서문에서처럼 삶이 나를 속인다고 생각될 때,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할 때, 또 나는 왜 이토록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하는지 의문이 들 때, 진짜 나를 알고 싶은 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결코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다. 여러차례 곱씹어봐야 하는 이론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주이상스, 시니피앙, 리비도 등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들은 별도로 설명해두기도 했다. 라캉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 그림책을 더 깊이 읽고싶은 사람 모두에게 균형적인 지식과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책이다. 26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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