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선 실패하자 출연금 5천만원 회수한 前 도체육회장

김하영 전 경북도체육회장 행보 지적 목소리
'매년 5천만원 출연' 약속 어기다 재선 앞두고 모자란 금액 내놔
2020·2021년 2천만원씩 덜 내…선거 있던 2022년 4천만원 출연
낙선 후 이사회서 출연금 반환 서면 결의
2월 임기 종료일에 작년 출연금 5천만원 받아가

경북도체육회 전경. 경북도체육회 제공
경북도체육회 전경. 경북도체육회 제공

경북도체육회 전임 회장이 재선에 실패한 뒤 애초 도체육회에 냈던 출연금을 다시 받아간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몰지각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0년부터 민선으로 바뀐 각 시·도체육회장과 임원 등 회장단뿐 아니라 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 회장단은 기부금 성격의 출연금(임원회비)을 내고 있다. 재정에 여유가 있지 않은 체육회 사정을 고려해 회장단이 나눠 내는 지원금으로 이사회나 각종 위원회의 회의비, 대회와 행사 지원, 각종 행사 격려금, 회원단 간담회, 홍보물 제작 등에 사용된다.

2020년 김하영 전 회장의 민선 1기가 시작된 도체육회 경우 그 해 6월 제2차 이사회 때 추가 안건으로 임원 출연금을 정했다. 부회장은 1천만원, 이사는 300만원을 매년 내기로 결의했다. 다만 회장이 낼 출연금 액수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 김 전 회장은 매년 5천만원씩 내겠다고 했다.

문제는 김 전 회장이 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은 점이다. 2020년과 2021년 김 전 회장은 3천만원씩 냈다. 매년 2천만원씩 덜 낸 셈. 이를 두고 비판이 일자 2022년 10월 모자란 4천만원을 내놨다. 도체육회장 선거(12월 15일)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임원 다수도 2022년 출연금을 내지 않아 뒷말을 낳았다.

김 전 회장의 출연금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재선에 실패한 뒤인 12월 27일 이사회 정족수가 부족해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회의 자리에서 출연금을 납부하지 않고 이미 납입한 출연금은 반환하기로 했고, 28~30일 진행된 21차 이사회에서 이를 서면 결의해버렸다.

이 결의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임기 종료일인 2023년 2월 23일 5천만원을 되돌려 받아갔다. 결국 2022년 출연금을 내지 않은 임원들은 그대로 주머니를 닫고, 김 전 회장은 도 체육 발전을 위해 기부했던 돈을 다시 빼내간 꼴이 됐다.

이를 두고 한 체육계 인사는 "임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 단체의 수장이었던 분이 이미 출연했던 돈을 이듬해 다시 받아간다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인사는 "어떤 의도였든 모양새가 이러면 재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화가 나 돈을 가져간 거라고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이사회가 뭐라 하건 간에 반환한다 해도 사양했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도체육회로부터 입수한 제21차 이사회 서면 결의서를 봐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제시돼 있지 않다. 이런 안건을 제안한 사유는 '임원의 임기가 2023년 2월 23일 만료됨에 따라 임원회비 납부와 관련한 처리 방안을 논의하여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라고 돼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난 당시 반환 받는 게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일괄적으로 의결한 데다 예외를 두면 다른 임원도 출연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따라 달라고 했다"며 "임원들이 낸 출연금이 사용하기에 충분했던 것도 돌려받은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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