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입주일인데" 공사비 갈등 조합원 입주 제한, 대구 신축 아파트 대혼란

공사비 증액 표결 총회 무산…시공사, 83억 증액 임의 제시
시공사 "원자재·인건비 등 인상으로 추가 공사비 발생"
조합원 "과도한 금액 책정…조합원들 입주 불가 조치는 갑질"

31일 입주를 앞둔 동구 신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가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인상분 갈등으로 인해 입주가 불투명해지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단지로 향하는 입구 곳곳에는 입주를 통제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주원 기자
31일 입주를 앞둔 동구 신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가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인상분 갈등으로 인해 입주가 불투명해지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단지로 향하는 입구 곳곳에는 입주를 통제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주원 기자

31일 입주가 예정된 대구 동구의 한 신축 아파트가 추가 공사비 지급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시공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를 조합이 부담하지 않으면 입주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신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안으로 향하는 입구마다 '입주 통제 중, 관계자 외 출입 금함'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검은색 옷을 입은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었다. 주차장 입구도 주차된 차들이 진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단지 옆 공원에 모인 해당 아파트 조합원 50여명은 시공사가 아파트 입주를 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재개발 방식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전체 1천265가구 가운데 423가구(33%)가 조합원이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와 갈등이 계속되는 바람에 불안해서 아직 입주 날짜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은 지난해 10월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시공사는 잔금 660억원에 추가 공사비 313억원을 요구했다. 2018년 도급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비 2천700억원에서 11.59% 인상된 금액이다. 이후 약 1년 동안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가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 범위를 두고 각각 안을 제시해 지난 28일 임시총회를 열어 공사비 인상액을 정하고자 했다. 당시 조합 집행부는 별도의 검증업체를 통해 83억원~114억원을 제시했고,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분과 외부마감특화비용을 더해 100억원~2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 423명 가운데 과반 이상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총회는 무산됐다. 총회가 무산되자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임시 총회 안건이 가결되지 못함에 따라 조합원에 대한 입주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에 동의하는 조합원만 입주를 허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공사가 제시한 최소 인상 금액은 83억원이다. 기존 313억원보다는 73% 줄어든 수치다. 반면 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중 약 60%가 지난 2020년 7월부터 비대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 없이 83억원이라는 금액을 정해두고 조합원의 입주를 막는 것은 시공사의 부당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동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시공사가 제안한 공사비 인상액 83억원은 조합과 협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 시공사 측에 해당 금액의 수정을 요청했고,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31일 입주를 앞둔 동구 신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가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인상분 갈등으로 인해 입주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 입구도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김주원 기자
31일 입주를 앞둔 동구 신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가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인상분 갈등으로 인해 입주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 입구도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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