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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 주차장 결국 국비 27억원 반납… 아까운 예산 버렸다

공사기간 영업 지장, 교통소통 악화 등 반대 요인 제대로 못봐
50면 규모 기계식 주차타워 건립으로 재추진
시민단체 "업적 욕심에 완성도 떨어지는 사업 多, 심사 강화 해야"

지난 2월 칠성시장 전자주방상가와 신천둔치 사이 도로에 지하주차장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2월 칠성시장 전자주방상가와 신천둔치 사이 도로에 지하주차장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었던 대구 북구 칠성시장 지하주차장 조성사업이 지난 3년 동안 장소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서 지원받은 국비 일부 반납이 확정됐다. 어렵게 국비를 확보했지만 세밀하지 못한 행정과 상인회 간 갈등 탓에 아까운 행정력과 정치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인다.

칠성시장 지하주차장 사업은 칠성시장상인연합회의 주도로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책정된 사업 예산은 중소기업벤처부가 지원하는 국비 56억9천300만원, 시비 28억8천만원, 구비 9억6천만원 등 모두 95억3천300만원이다.

확보한 예산은 주차장 건립부지조차 확정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 2020년에는 국비 2억9천300만원, 시비 1억8천만원, 구비 6천만원 등 5억3천300만원이 기본설계 용역비로 투입돼 칠성시장 전자주방상가 인근 주차면 110면 규모의 지하주차장 건립안을 내놨지만 상인들과 대구시의 반대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공사로 인한 피해를, 대구시는 교통소통 악화를 문제 삼았다.

북구청은 상인회와 협의를 거쳐 기존에 있던 신천둔치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는 60면 규모의 변경안을 새롭게 내놨지만 이마저도 하천점용 허가,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대구시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2021년 해당사업비로 반영된 국비 27억원, 시비 13억5천만원, 구비 4억5천만원 등 45억원은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그대로 남게 됐고, 절차상 올해 반납해야만 한다.

이처럼 국비를 확보하고도 반납하는 사례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2020년 팔공산 구름다리, 2021년 동구 공공복합청사 건립 등에 국비 25억원, 45억원이 반영됐지만 찬반갈등과 부지 미확보 등을 이유로 반납한 전례가 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비 확보가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에게 정치적 업적이 되다보니 사업 완성도가 떨어져도 무리하게 예산을 확보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예산 투자 심사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구청은 지하주차장 대신 50면 규모의 기계식 주차타워 건립으로 계획안을 변경해 다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 교부된 국비 27억을 포함해 시비 13억5천만원, 구비 4억5천만원 등 45억원의 재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건립 예정 부지로는 대구시가 소유한 칠성동 2가 403-76번지 일대가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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