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존재하는지조차 애매한 ‘중도층’ 찾느라 힘 빼는 국민의힘

약점 많은 야당에 속수무책 밀려
진흙탕 싸움판에 점잔만 빼는 꼴
한동훈 외에 유능한 스피커 없어

4·10 총선이 1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격전지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 출범 이후 상승하던 국민의힘의 기세가 꺾인 가장 큰 원인은 지지층을 공략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본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 투표에 흥미를 잃었던 야권 지지층이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으로 결집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실체도 모호한 '중도층'을 찾아 헤매느라 지지층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우리나라 유권자 분포가 여권 지지층 40%, 야권 지지층 40%이며, 부동층 20%가 선거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분석한다. 국민의힘은 이 케케묵은 일반론에 근거해 이른바 '중도층'이라는 20%를 잡기 위한 선거운동을 펼치느라 지지층 결집을 등한시했다. 국민의힘이 상대편의 망언과 부당성을 비판하기보다는 '점잖은 전략'을 택하는 것을 비롯해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격전지인 부산경남에 집중하지 않고 호남에 읍소하는 것도 이른바 '중도층 환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엄밀히 말해 한국 선거에서 '중도층'은 없다. 대통령 선거에도 투표하지 않는 약 20% 유권자는 중도층이 아니라 정치 무관심층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총선에서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결국 자기편 40% 중에 느슨한 지지층 10%가량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네거티브 전략(윤석열·한동훈 때리기)'으로 오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기존 정책 현수막 시안은 '못 참겠다, 발목잡힌 민생입법' '국민차별 2찍발언' '사사건건 국정방해' '거짓반칙 막말패륜' 등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희 옛날에 대검으로,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 대가리 깨진 거 봤지"라는 '막말'에 비교하면 옹알이 수준이다.

지지율이 하락하자 윤재옥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최근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는 현수막을 걸라고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 출마자들이 "격전지 승패를 가를 중도·무당층의 관심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달렸다"며 "종북 이념 타령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이자 '종북 현수막' 안을 긴급 철회했다고 한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이재명 대표의 '망언 시리즈(형수에 쌍욕, 중국에 '셰셰' 등)' 같은 약점을 스피커로 떠들어도 모자랄 판에 고상하게 소곤소곤 속삭이겠다니 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포지티브 선거(정책 선거)보다 네거티브 선거(상대 깎아내리기)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선거가 임박할수록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그걸 잘 아는 이재명과 조국은 진흙탕에 들어가 뒹구는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신사복 정장에 묻은 먼지나 털어내며 점잔을 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도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동시다발로 치는 '북소리'에 묻힌다. 한 위원장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 쏟아낼 수 있는 발언 자체가 적으니 여론 광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평소 스타를 키우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사법 질서를 형해화하려는 '방탄당'들이 표를 달라는 것은 역겹고, 그런 세력에 휘둘리는 국민의힘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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