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정부 공세 李-청구서 난색 尹…입장 차만 확인

여야 신경전 2탄 된 첫 영수회담…의정 갈등 해소·국정 현안에
향후 대화 약속 그나마 성과…野 실력 행사 민생 뒷전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회동은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대(對)정부 공세의 장이 됐다. 국가의 백년대계에 대한 여야 지도자의 진솔한 대화를 바랐던 국민들은 "국회에서 신물나게 목격됐던 여야의 줄다리기 2탄을 또 봤다"면서 실망감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다만 야당이 의정 갈등 해소에 힘을 보태기로 했고, 양측이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면서 향후에도 민생 현안을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고 약속한 점은 그나마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회동 준비를 위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양측의 신경전이 이날 만남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됐다면서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의 대여 압박용 실력행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날 회동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이 대표가 준비한 원고(10장)를 읽으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라면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로 전환될 것에 대비해 모두 발언 취재를 마치고 퇴장하려는 언론인들을 불러 세운 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의정 갈등 해소 ▷연구개발예산 복원 ▷연금 개혁 추진 ▷이태원·채 해병 관련 특검법 수용 ▷가족 의혹 정리 ▷재생에너지로 산업 재편 ▷실용외교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원고를 한참 읽었다. 국정난맥상을 지적하면서 국회 다수당 대표이자 총선 승자로서 훈계를 쏟아낸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을 경청한 후 "좋은 말씀 감사하다.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낮은 자세로 답했다.

양측의 어색한 대화는 비공개회의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나라의 지원이 집중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답했다. 사실상 차등 지원 의지를 밝힌 셈이다.

아울러 야당의 이태원 참사 관련 특검법 추진 의지에 대해서도 특검법 내용 가운데 기존 법률체계를 흔드는 요소는 털고 가야 한다고 윤 대통령은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야당은 총선 민심이 마치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처럼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것은 사실도 아니고 국정 파트너로서 적절한 모습도 아니다"며 "의정 갈등 등 의제를 최소화하고 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기는커녕 정부만 몰아붙인 야당의 모습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2시 4분부터 4시 14분까지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 비서실장과 홍 정무수석, 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 대표비서실장, 박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양측이 정국 현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야당의 대여 공세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 법안과 각종 특검법 밀어붙이기를 통해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한목소리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쉽게도 이번 윤이 회동은 다양한 민생 현안과 관련해 양측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며 "야당의 실력행사에 민생이 뒷전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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