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가 필리핀 이주노동자에게 "아버지 장례에 참석하라"며 선뜻 100만원을 내어준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박현서 충남 아산 현대병원 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난해 9월 입원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A씨가 퇴원을 앞두고 부친의 부고를 듣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라며 글을 올렸다.
이어 박 원장은 "A씨가 '필리핀에 계신 아버지가 아침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비행기 타고 귀국해 아버지 장례를 모셔야 하는데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본국에서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고 동생들은 나이가 어려 A씨가 한국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연을 들은 박 원장은 현금 100만원을 봉투에 담아 A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어서 가서 아버지 잘 모셔라. (돈은) 내가 빌려주는 거다.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라. 내가 빌려줬다는 얘기는 절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 원장은 A씨의 치료비 또한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지난 18일 A씨는 박 원장을 다시 찾았다.
박 원장은 "어느 날 진료 중 어떤 젊은 외국인이 '꼭 원장님 드릴게 있다'며 진료실 밖 간호사와 실랑이하는 소리를 들었다"라며 "낯익은 얼굴이길래 1분만 얘기를 들어주자 했는데 두꺼운 봉투와 영문으로 된 편지를 내밀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A씨가 잊지 않고 8개월 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봉투 안에는 100만원이 들어있었고 A씨가 전한 편지에는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다시 입국해 돈을 벌고 있다 .너무 늦게 갚아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원장은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모은 돈으로 갚으려 애를 쓴 걸 보니 눈물이 났다"며 "'잊지 않고 와주어서 고맙다',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요' 짧게 얘기하고 커피 한잔도 대접 못하고 헤어졌다. 100만원의 돈보다 A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한없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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