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면권을 재판 결과 뒤집기 수단쯤으로 보는 황당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지명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광복절 특별사면(特別赦免) 대상자 명단에 윤미향 전 의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광복절 특사에 윤미향을 사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정의를 저버린 사법부를 교정하는 것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항소심 마용주 판사는 1심을 전면 뒤집고 유죄로 판단했다"며 "기부금품모집법 유죄 판단은 황당하기조차 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바 있다.

윤미향의 위안부 할머니 돈 횡령 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터졌고, 문재인 정부 검찰에 의해 2020년 9월 기소된 것이다. 기소되고 4년이나 지나 대법 확정 판결이 나옴으로써 그는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모두 채웠다. 이 때문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추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비판과 사면 요청은 '지연된 정의'마저 파괴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본다.

추 의원은 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대표 및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제 국회 법사위원장에 지명된 인물이다. 법에 정통(精通)하다는 말이다. 그의 주장대로 윤 전 의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황당하다'면 재심을 청구해 진실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정치적 판단에 기반한 예외적 조치로 '법 이념과 다른 이념 사이의 갈등(葛藤)을 조정하고, 정치적·사회적 통합이나 국정 운영상 필요에 따른 대통령의 통치행위'이지, 법원의 판단 잘못을 입증하는 수단이 아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재심 청구가 옳다. 그런 사법 절차가 있음에도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국회의원이 대통령 특사에 기대며 '정의를 저버린 사법부 교정' 운운은 심각한 사법부 독립 침해다. 이러니 사면권 오남용(誤濫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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