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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APEC] (5)APEC 정상회의장, 미디어센터 "최종 리허설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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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국 정상 맞는 국제무대, 철저한 보안 속 마무리 손길
경북 경주, 세계를 맞이할 마지막 점검 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관련 행사가 잇따라 경주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18일 밤 보문호 수상공연장에서 미디어아트와 레이저, 불꽃 드론 융복합 경관쇼가 펼쳐지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관련 행사가 잇따라 경주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18일 밤 보문호 수상공연장에서 미디어아트와 레이저, 불꽃 드론 융복합 경관쇼가 펼쳐지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 미디어 센터 전경.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 미디어 센터 전경.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가을빛이 짙게 내려앉은 지난 18일 오후 경주보문단지에서 황성공원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안 도심 곳곳에 'APEC KOREA 2025 GYEONGJU'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고풍스러운 전통 기와지붕과 현대식 간판이 공존하는 거리에는 국기와 안내 배너가 나부끼고 시민들의 눈빛에는 설렘과 자부심이 함께 묻어 있었다. 경주가 다시 한번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천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들을 맞이할 국제무대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즐비한 도시의 골목마다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정상회의 부대시설의 경우 보안을 유지한 채 성공을 위한 최종 리허설로 바쁘게 움직였다.

◆'정상회의의 심장' HICO

경주화백컨벤션센타(HICO)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핵심 무대다. 주변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관계자들 표정에는 성공 개최에 대한 확신이 묻어 있었다.

유리 커튼월을 감싼 외벽 너머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정문에는 '출입통제-보안구역'이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춰 내부를 흘끔 바라본다.

HICO는 이번 회의를 위해 3층 규모의 전관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주회의장은 원형 구조로 꾸며졌고 200석 규모의 좌석은 각국 정상과 대표단의 동선을 고려해 맞춤 배치 중이다.

벽면 전체가 초대형 디지털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인쇄물 없이 실시간 문서와 영상을 띄울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2025 APEC은 '종이 없는 회의'로 진행된다. 모든 회의 문서가 암호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공유되고 인공지능(AI) 번역시스템이 발언 내용을 자동으로 자막화한다"며 자랑했다.

양자회담실, VIP라운지, 통역실, 보안 상황실 등은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HICO 관계자들은 "행사장 전체에 무지향 음향 시스템을 설치해 어떤 위치에서도 균일한 음향을 들을 수 있다"며 "AI 음성인식 장비가 실시간 번역문을 표출하는 만큼 언어의 장벽은 없다"고 설명했다.

가을 햇살 아래 HICO 광장에 세워진 21개국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한 시민은 휴대전화를 들어 그 모습을 찍으며 "이 순간을 꼭 기록해두고 싶다. 경주가 이렇게 세계적인 도시가 되다니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공정률은 98% 정도다. 지금은 내부 마감과 세부 시스템 점검 단계"라는 현장 관계자들 목소리에는 피로와 동시에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세계 언론이 머무는 창' 국제미디어센터(IMC)

HICO 맞은편 새하얀 외벽의 눈부신 건물이 바로 IMC다. 멀리서 보면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돋보인다.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로 감싼 외관 위에는 큼직하게 'GYEONGJU PRESS CENTER'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IMC는 전 세계로 경주의 이미지를 송출할 핵심 거점이다. 내부에는 기자실, 방송스튜디오, 인터뷰룸, 브리핑룸, 통역부스 등이 층별로 나눠져 있다.

기자실에는 초고속 유선망이 연결돼 있으며 기자 800여명이 동시에 접속 가능한 서버가 구축돼 있다.
IMC 한 관계자는 "서울 프레스센터와 동등한 수준의 네트워크와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며 "APEC이 끝난 후에도 국제행사나 G20급 회의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IMC 주변에는 방송 차량용 전원 공급장치와 위성 송신 장비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통신사들이 이동기지국을 설치하고 있고 경주시는 기자단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와 통역 안내데스크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IMC 옆에는 K-컬처존이 조성돼 한국의 전통문화와 첨단산업을 소개하는 부스 등이 들어서고 있었다. 불국사 단청을 형상화한 조형물 옆으로 경주 한복체험관과 농특산물 홍보존 등이 시민과 외국인 방문객을 맞을 준비도 하고 있었다.

다만, 정상회의장인 HICO뿐만 아니라 IMC 건물에 대한 보안이 강화돼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신라의 미와 현대의 맛' 라한셀렉트 경주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은 원래 국립경주박물관 부속건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안 동선 및 주차공간 문제로 장소가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로 변경됐다. 대신 박물관 부속건물은 양자 정상회담이나 기업 포럼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라한셀렉트 주방은 현재 그야말로 전쟁터다. 주방장과 셰프들이 늦은 밤까지 리허설을 반복하며 음식 플레이팅과 온도를 맞춘다.

공식 만찬 주제는 '신라의 미와 현대의 맛'. 경북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구성된 7코스 한식이 정상들의 식탁에 오른다.

메인 요리 역시 '보문연못 송어 스테이크'와 '경산 대추소스 불고기'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고 문경 사과와 경주 법주, 영천 포도 등이 함께 식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뿐만 아니라 접대 테이블 세팅에도 신라 금관의 곡선미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호텔 관계자들은 냉장 동선, 보안 통로, 응급대피 루트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한 접시가 움직이기까지 수십 명의 손이 닿는다. 이번 행사는 음식의 맛보다 동선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라는 관리자의 말은 숙연할 만큼 단호했다.

◆ '천년의 도시, 경주' 세계로 향한 창을 열다

저녁 무렵 불국사 석등 위로 노을이 지고 첨성대 너머로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그 불빛이 보문호수에 반사돼 일렁일 때 경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천년 신라가 남긴 예술과 정신 위에 AI와 디지털 기술이 얹혀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졌다. 고도(古都)의 숨결은 여전히 따뜻하고 그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끝은 섬세했다.

2025년 10월, 경주는 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마지막 손길을 다듬고 있다. 그 빛은 화려한 조명에서가 아니라 이름 없는 이들의 땀과 정성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이 도시의 시간은 곧 세계의 눈앞에 찬란히 펼쳐진다. 천년의 시간 위에 새겨지는 지금, 경주는 세계를 맞이할 마지막 손길을 정성껏 완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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