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던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앞산 자락에 자리한 <남대영 기념관>에서 의미 있는 북 콘서트가 열렸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대구에 사는 304050대로 이뤄진 세 명의 여자들 이야기. 지역 출판사 <피서산장>에서 펴낸 『블루베리 스무디』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들은 3년 동안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가족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했고, 나는 저자들과 각별한 친분이 있어 책의 기획과 출판과 콘서트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들은 50석 정도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심했다. 무엇보다 자리를 다 채울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서로가 올 사람이 별로 없다고 엄살 피웠는데, 평소 그들의 대인관계를 고려할 때 기우가 아닌 듯해보였다. 저자가 셋이나 되는데 공간을 못 채우면 어쩐다? 하지만 당일 행사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이들로 북적거렸고, 저자들은 사인에 여념 없었다. 안내 데스크엔 '블루베리 스무디' 글자가 선명한 블루베리 색 기념 떡이 놓였다. 블루베리 음료와 차까지 블루베리 일색이었다. 책과 음료와 선물까지 테마에 맞춘 센스 넘치는 기획이라니.
손님은 속속 도착했다. 콘서트가 시작된 이후에도 멈출 줄 몰랐다. 뒤에 서서 관람한 사람도 상당수였다. 좌석을 다 채울지 걱정했던 저자들은 한껏 고무되어 관객과 하나 된 축하의 자리를 만끽했다. 듣기로는 책의 현장 판매량도 상당했다고 한다.
책이 잘 팔리려면 내용이 좋아야 하고, 편집도 한몫해야 하며 표지도 예쁘면서 시류에 맞게 제목까지 잘 뽑아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책을 쓴 사람 즉 저자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는 걸 이번 콘서트를 보면서 깨달았다는 얘기. 이런 저런 인연으로 10권의 책이 내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언제나 고민은 콘텐츠였다. 잘 쓰여진 원고가 먼저라고 여겼던 내게, 좋은 글로 다듬는 데만 몰두했던 내게, 새로운 화두가 던져진 셈이다.
세 명의 저자는 올 사람이 없다고 너스레 떨었지만, 북 콘서트 당일 현장에서 내가 확인한 건 각자가 자기 영역과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왔다는 사실이었다. 갓 새 식구가 된 며느리의 책 출간을 축하하는 시부모님의 화환이 놓였고, 멀리 상주에서 편치 않은 몸으로 참석한 내담자가 있었으며, 자녀와 공동체 가족들이 내 일처럼 기뻐해주고 손발이 닳도록 헌신하는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도 만나기 힘든 감동적인 미장센이었다.
그러니까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던 히치콕의 명언이 책 출간에도 적용된다면, 책이 출간되어 ㅇㅇ독자를 만나는 연장선상에 북 콘서트가 있다면, 북 콘서트에서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이야 말로 저자에 대한 신뢰와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고 어떤 비평가의 리뷰보다 깊이 새겨질 터였다.
한국 중장년층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책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희망하고 소망하고 갈망할 뿐 욕망을 현실로 재현하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다. 저자들은 3년 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글로 적었다. 작가가 되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애초에 없었으나, 마침내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 시간 동안, 의심할 바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며 잘 살았을 것이다. 그 결과가 『블루베리 스무디』이고, 만추의 북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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