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백화점 실적 삽니다."
물가 급등으로 서민 체감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큰손'들인 백화점 우수 고객(VIP) 자격을 둘러싼 경쟁은 오히려 과열되는 모습이다. 백화점 업계의 VIP 선정 시기를 앞두고 각종 혜택을 얻기 위해 백화점 실적 거래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중고거래 앱서 실적 사고팔고
25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백화점 실적'을 검색한 결과 백화점 실적을 사거나 판다는 게시글이 14건 확인됐다. 일정 수수료를 조건으로 대구 지역의 백화점 실적을 채워 달라거나 채워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 게시자는 이달 초 "신세계, 롯데, 현대 실적 필요한 분 연락 주세요. 등급 안 되는 분 만들어 드립니다. 샤넬, 까르띠에, 루이뷔통, 불가리, 셀린느 등 나눠서 적립해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그동안 74명에게 연락을 받은 것으로 조회됐다.
거래는 백화점 실적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 실제 구매객에게 수수료를 주고 영수증을 사거나 본인 신용카드를 통한 대리결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2.5~6%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백화점 실적 거래는 연말마다 활발해진다. 백화점들이 매년 12월 이용객 거래금액을 합산하고 1월 중 VIP를 선별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은 1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해 1년간 VIP 고객의 등급을 부여한다. VIP의 주요 혜택으로는 ▷등급별 VIP 라운지 혹은 멤버스 바 이용을 통한 음료 제공 ▷전용 주차 서비스 ▷쇼핑 시 할인 ▷문화센터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연간 구매금액 등을 기준으로 VIP를 6~7개 등급으로 나눠 운영한다. 최상위 등급의 경우 신세계와 롯데는 각각 결제액 상위 999명, 777명을 선정하며 현대백화점은 연간 적립금이 1억5천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부여하고 있다. 지점별 인원은 공개하지 않지만 매출 수준과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 지역의 백화점 3사 최상위 등급 VIP는 약 300명으로 추산된다.
◆명품 구매 우선권에 경쟁 과열
일부 소비자가 VIP로 선정되기 위해 열을 올리는 건 백화점이 VIP에 제공하는 혜택 가치가 등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명품 브랜드에서 신상품 입고 시 상위 등급 고객에게 구매 우선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리셀러'나 명품 소장 욕구가 높은 이들 사이에서 VIP 선정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백화점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쿠키, 초콜릿이나 VIP 라운지 이용권, 주차권 등을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여러 건 확인됐다.
대구의 한 백화점 VIP 자격을 8년간 유지해 왔다는 직장인 김모 씨는 "VIP 등급에 맞추려 한 적은 없지만 어차피 쇼핑하는 거 VIP가 되면 좋다는 생각은 한다"면서 "무엇보다 발레파킹을 이용한 주차 편의가 크다"고 말했다.
백화점 VIP 사이에선 허위 실적으로 같은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신용카드는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실적을 채우기 위해 대리결제를 진행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백화점들은 연말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정 행위를 모두 적발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연초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관련 매물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 백화점에서도 민감하게 관리한다"며 "처음 회원 카드를 발급할 때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하고, 만약 무단 양도 등의 행위가 여러 번 확인될 경우 회원 혜택을 없애는 식으로 페널티 조항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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