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의 '무계약·재하도급·재투입' 가능했던 구조적인 문제가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었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사망 사고 뒤에도 멈추지 않은 발주 시스템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전경.

지난해 10월, 천공기 전복 사고로 작업자가 숨진 창녕천 배수로 개선 공사 현장은 사고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사고 원인과 구조적 문제점이 제대로 밝혀지기도 전에 공사는 재개됐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검토되는 상황에서도 현장은 다시 돌아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사 재개 과정에서 발주청인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가 사망사고를 일으킨 동일한 원청업체에 공사를 다시 맡겼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와 계약조차 체결되지 않은 무계약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안전사고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럿 존재한다. 사고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공사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 없이 진행되면서 발주청인 농어촌공사 창녕지사의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도급 계약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공사 범위와 책임 주체, 안전관리 주체조차 분명히 규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장 관리 감독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동일 업체에 의해 무책임하게 공사가 재개된 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사고가 발생한 창녕천 배수로 개선 사업은 총 사업비 104억 원 규모의 대형 공공사업이다. 농어촌공사 창녕지사가 직접 발주·관리하는 사업으로, 수변 경사와 연약 지반 등으로 인해 애초부터 고위험 공정이 수반되는 현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가 사고 위험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취재 결과 원청업체는 사고 이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며, 다시 하도급업체에 작업을 맡겼지만 원청과 하도급업체 간 공식적인 공사 계약은 끝내 체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사 범위와 책임, 안전관리 주체가 문서상으로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됐고,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계약 하도급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흐리는 대표적인 위험 구조"라며 "발주청이 계약 관계를 제대로 점검했다면 애초에 허용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계약 구조는 발주 단계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발주청이자 시행 관청인 농어촌공사 창녕지사는 계약 구조와 현장 안전관리를 총괄할 책임이 있음에도, 정기적인 현장 점검과 안전관리 실태 확인 등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란은 사고 이후의 대응 과정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사고 원인과 책임 주체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는 동일 원청업체를 통해 재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 선정의 적정성이나 사고 책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만 커지고 있다.

창녕천 배수로 개선 사업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향후에도 추가 공정과 계약이 불가피한 장기 사업이다. 그럼에도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향후 공사에서도 동일 원청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중대재해 예방과 현장 근로자 안전 확보에 대해 과연 발주청이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과연 이번 사고 이후 현장의 안전을 위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구조적인 관리·감독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사람만 바꾸게 된다면 또 다른 유사 사고만 예고하는 격이 되지 않을까?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정부 공사 발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및 통상 정책에 대해 여야 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으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탈북자 출신 박...
대구 도심에 5성급 신라스테이 대구 호텔 건립이 주관사 케이케이㈜의 경제적 여건 악화로 일시 중단되었으며, 당초 2029년 영업 개시 목표가...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 스타벅스에서 신입 승무원들이 비자 면접 중 가방을 두고 자리를 비우며 불편을 초래했고, 이에 항공사는 사과와 함...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