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만 보면 어느 때보다 풍성해야 할 추석 명절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3.7% 성장했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높였다. 수출과 기업 실적도 호조(好調)다. 23일 발표된 9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6.6으로 반등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살림살이를 평가하는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92에 그쳤다. 경기는 좋아진다는데 체감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계는 풍성하지만 추석 민심에는 걱정과 한숨이 가시지 않는다. 장바구니부터 무겁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생활물가는 3.2% 올랐다. 정부가 성수품(盛需品) 공급을 늘리고 할인 지원에 나섰지만 체감 물가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다.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천19조8천억원으로 석 달 새 25조9천억원 늘었다. 7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64%, 신용대출은 5.97%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로 올린 뒤 가계의 금리 상승 전망도 크게 높아졌다. 9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출금을 갚고 장바구니 물가까지 감당한 뒤 남는 돈으로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1.5% 증가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높은 물가와 대출이자가 소득을 잠식(蠶食)하고,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저축을 강요하고 있다.
명절마다 성수품을 풀고 할인쿠폰과 정책금융을 늘리는 것으로 되풀이되는 민생 불안을 끊을 수 없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은 820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었다. 국회는 추석 뒤 예산심사에서 경기부양 명목의 일회성 현금 지원과 선심성 사업부터 걸러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 잡겠다며 금리를 올리는데 정치권이 소비를 자극하겠다며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풀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 페달을 밟는 꼴이다. 추석 민심이 뼈아픈 까닭은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져서다. 다음 명절에도 수치만 풍성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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