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물러가니 귀뚜라미가 왔다. 자지러지던 매미의 여름은 낭랑한 귀뚜라미의 가을로 이어진다. 봄은 여름에 밀려나고,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준다.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은 봄을 잉태(孕胎)한다. 매미가 아무리 목청껏 울어도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 귀뚜라미의 구슬픈 울음도 겨울을 막지 못한다. "귀뚜라미가 울 땐 24도래. 안단다, 지들도.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저렇게 간절히 구애 중이라는 거란다. 겨울을 혼자 나지 않으려고."(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기정의 대사)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고독은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상태다. 내면을 채우고 성찰하는 긍정적인 경험이다. 반면 외로움은 비자발적이고 수동적인 감정이다.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가 충족되지 않아 발생하는 심리적 결핍이다.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이 지은 '추야우중'(秋夜雨中)은 가을의 고독을 다룬 절창(絕唱)이다. 추풍유고음(秋風唯苦吟·가을바람에 쓸쓸히 읊어 보나니)/ 세로소지음(世路少知音·세상엔 나를 알아주는 사람 별로 없구나/ 창외삼경우(窓外三更雨·창밖엔 밤 깊도록 비가 오는데)/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자연은 시작할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안다. 매미도, 귀뚜라미도, 풀꽃들도 그렇다. 모두가 시절인연(時節因緣)이다. 세상만사도 그러하다. 정치는 어떤가. 정치의 세계는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 너무 많다. 물러나야 할 때 버티고, 내려놓아야 할 때 움켜쥔다. 자신의 죄는 '조작'이며, 상대의 무죄는 '봐주기'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도 자신만은 특별해야 한다. 국민의 삶은 아랑곳없고 정쟁과 세력 다툼이 반복된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에도 그들은 독설을 내뿜었다. TV 보면서 밥 먹다가 숟가락 던질 뻔했다.
권력의 시간은 유한하다.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 이를 잊으면 권력은 오만해진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을 '추야우중'에 기대어 '추야우정'(秋夜憂政)으로 불러본다. "秋風獨苦吟 朝野少同心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가을바람에 홀로 괴롭게 읊조리니/ 조정과 민심에 한마음이 드물구나/ 창밖엔 밤 깊도록 비가 오는데/ 등불 앞에는 온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아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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