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 울타리 너머에서 쏟아지는 둔탁한 굉음이 주택가 골목을 뒤흔든다. 2015년 준공된 10층 높이 아파트 주차장, 단지를 떠받치는 콘크리트 옹벽을 마주한 순간 아찔한 한기마저 감돈다. 지반과 맞닿은 축대 외벽이 갈라져 성인 남성의 손바닥이 들어갈 만큼 깊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5층 연립주택 화단은 더 처참했다. 지난 7월 장마철 굴착 공사 여파로 흙이 꺼져 내린 자리를 거대한 파란색 방수포 천막이 두 달째 덮고 있었다. 비가 쏟아질 때마다 흙이 쓸려 내려가 축대가 주저앉지 않을까, 천막을 쳐다보는 주민들의 얼굴엔 극도의 피로와 공포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현장의 분노는 단순히 깨진 시멘트 덩어리만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이 위험천만한 공사장은 지난 2020년 엄태항 군정 당시 민간 업체의 미분양 위험을 군비 122억원으로 떠안으려다 거센 특혜 시비를 불렀던 바로 그 부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던 개발 사업은 시행사가 바뀌고 후분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지 못했다. 12층에서 15층 특수구조 건축물로 층수가 높아지고 터파기가 깊어지는 사이, 그로 인한 붕괴 위험과 재산권 침해라는 가혹한 대가는 고스란히 힘없는 이웃 주민들에게 전가됐다.
문제는 행정의 신뢰마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소음을 삼키며 버텨온 배경에는 행정의 무책임한 구두 약속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군수와 군의원들이 "군이 피해 연립주택 16가구를 모두 사들여 공무원 숙소로 쓰겠다"고 공언해 박수까지 쳤다는 주민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공사 강행 후 돌아온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어 매입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전임 군정의 발뺌뿐이었다.
새 시행사마저 층수 상향의 전제 조건으로 군의 연립주택 매입이 거론됐다며 군의 오락가락 행정에 피해를 호소한다. 지키지도 못할 헛공약으로 인허가 길을 터준 행정의 오류가 결국 주민과 기업, 군청 모두를 진흙탕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최기영 군수가 뒤늦게 현장을 찾아 균열을 살피고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행보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으려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의 정밀진단으로 붕괴 위험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인 가운데,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봉화군의 중재 노력도 시선을 끈다.
군은 내년에 40억원을 들여 공무원 임대주택과 사택 등을 공개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해당 연립주택도 신청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갈등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가구당 1억5천만원 선, 총 24억원에 달하는 주민들의 요구액은 군의 전체 사택 매입 예산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관건은 공공 매입의 대원칙인 감정평가액과 주민들이 기대하는 시세 사이의 적지 않은 격차다.
감정평가 후 발생하는 차액을 원인 제공자인 건설사가 일부 분담·보전해 주는 상생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해 보상 범위와 시행사가 제시하는 간극이 워낙 커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기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파란 천막 아래 묻어둔 흙더미처럼, 지난 군정의 과오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행정의 유연한 중재와 건설사의 책임 있는 결단,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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