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모스크바 종전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들에게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기업 루코일의 해외자산 매각 거래를 성사시켜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5일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를 만나 루코일 해외자산 매각 거래를 성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거래를 통해 러시아가 미국과 사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고 제안했고, 쿠슈너와 윗코프는 거래 성사가 크렘린 측과 호의를 쌓고 세계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루코일은 러시아의 민영 석유기업으로, 매출 규모 기준으로 러시아 최대 민영 기업이다. 루코일은 지난해 10월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후 기업 가치가 하락하자 해외자산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여러 잠재적 투자자들과 접촉했음에도 거래가 잇따라 무산됐다. 이 회사의 해외 자산 중에는 미국의 주유소, 동유럽의 정유시설, 세계 곳곳의 유전 등이 포함된다.
루코일의 글로벌 자산 규모는 약 220억 달러(약 29조 5천억원)로 평가되며,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과 셰브론·퀀텀캐피털 컨소시엄 등이 인수 의향을 밝혀왔다. NYT는 미국의 제재로 루코일의 해외 자산이 헐값에 나오면서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협상에 정통한 8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인수전 선두 그룹은 토드 볼리가 이끌며 재러드 쿠슈너 또는 윗코프 가족과 사업 관계가 있는 중동 두 그룹과 미국 정부 기관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리는 억만장자 자산운용가이자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 공동구단주다. 그는 루코일 거래 협상이 본격화하던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지지 정치후원회 '마가 인코퍼레이티드'에 100만 달러(약 13억4천만원)를 기부했다.
볼리와 손잡은 투자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실 인사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나하얀이 의장을 맡고 있는 인터내셔널 홀딩 컴퍼니(IHC)가 있으며, 셰이크 타흐눈이 별도로 운영하는 조직들은 트럼프 가족과 윗코프 가족 등이 차린 암호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지분 중 약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가족과 윗코프 가족이 루코일 해외자산 거래에 직접적인 금전적 지분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들의 사업 파트너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NYT는 윗코프나 쿠슈너가 이번 거래에서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러시아 외교와 사적 사업 이익이 겹치는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 인수 시도는 두 차례 이상 무산됐다. 스위스 트레이딩 기업 군보르는 루코일 해외자산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가 미국 재무부가 군보르를 '크렘린의 꼭두각시'라고 공개 비판한 직후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올해 1월에는 루코일이 칼라일에 해외 자산 일부를 잠정 매각하기로 비독점 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승인 절차가 진전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 역시 미국 재무부와 크렘린 양측의 승인이 필요하며,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NYT는 볼리 측 거래가 승인될 경우 칼라일은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칼라일은 트럼프 가족이나 정치 고문들과 유사한 금전적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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